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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폭주 기관차 로무, 마침내 질주를 멈추다"

지난주 뉴질랜드에서도 나라의 큰 별 하나가 졌습니다. 세계 럭비계의 첫 번째 슈퍼스타로 불리는 조나 로무가 향년 40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축구의 펠레, 복싱의 알리 정도에만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병마에 발목이 잡히고, 또 그러고도 재기에 성공했지만, 끝내 20년 가까이 앓아온 신장 질환으로 질주를 멈추게 됐는데요, 김형열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드라마 같은 조나 로무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조나 로무/전 뉴질랜드 럭비 국가 대표 (9월 16일 인터뷰) 럭비란 이런 겁니다. 80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로 알 수 없어요. 이길 거라 생각했던 팀이 질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응원하고 싶은 팀을 응원하세요.]

얼마 전 영국에서 치러졌던 럭비 월드컵의 개막을 앞두고 조나 로무는 이렇게 기대감에 들뜬 모습으로 인터뷰를 했는데요, 바로 이 월드컵에서 후배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본 뒤 집으로 돌아와 눈을 감았습니다.

뉴질랜드 옆 작은 섬나라 통가 출신의 부모를 둔 로무는 1975년에 태어나 19살이던 1994년에 뉴질랜드 럭비 대표팀 올 블랙스의 유니폼을 입었는데요, <인터빅스>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전설적인 1995년 남아공 월드컵에 처음 나서자마자 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비록 결승전에서 연장 끝에 패하긴 했지만, 폭주 기관차 같은 힘과 스피드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회가 끝난 이후까지도 화제를 모은 겁니다.

키 196cm, 몸무게 120kg 의 거구에 100m를 10초대에 달린 그는 달려드는 선수들을 가볍게 밀쳐냈고 상대가 매달리면 그대로 달고 뛰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이듬해에 신장에 이상이 있단 걸 알게 된 겁니다. 그래도 선수생활을 계속해서 1999년에는 월드컵 통산 최다 트라이라는 기록까지 세웠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습니다. 자칫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 거란 진단을 받고 2002년에 유니폼을 벗은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2004년에 신장 이식을 받고 2005년엔 다시 필드로 돌아와 "불가능은 없다"는 카피로 유명한 한 스포츠 업체 광고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물론, 큰 수술을 겪은 터라 활약은 예전 같지 않아서 여러 번 팀을 옮기며 은퇴와 복귀를 반복해야 했는데요,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 럭비에 온 인생을 걸었습니다. 그 자체가 스포츠 팬들의 가슴 속에는 득점이나 승패 같은 숫자보다 오래 기억될 겁니다.

▶ [취재파일] "멈출 줄 모르던 폭주 기관차 로무, 마침내 질주를 멈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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