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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영결식 '주인과 영원한 작별' 상도동 자택…추모 인파

민주화 운동의 산실인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이 마지막으로 주인을 맞이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영결식을 마친 운구행렬은 오후 4시10분께 굵은 눈발이 휘날리는 가운데 상도동 자택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의 손자이자 장남 은철씨의 아들 김성민군이 영정을 양손에 꼭 쥐고 마당으로 들어섰고, 이어 차남 현철씨, 장남 은철씨 등 직계가족 15명이 따랐다.

손명순 여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가족은 진중한 걸음으로 자택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으며, 미리 활짝 열린 현관으로 줄지어 들어섰다.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은 현관 복도를 8m가량 지나 왼쪽에 있는 안방을 한 바퀴 돌고서는 맞은 편 식당으로 옮겨졌다.

식당에서 나온 영정은 김 전 대통령이 수시로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했던 거실로 옮겨졌다.

'ㄷ'자로 놓인 소파 가운데서 성민군은 김 전 대통령이 거실을 모두 둘러보게 하려는 듯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았다.

거실 벽면 가운데는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송백장청'(松栢長靑) 휘호가 걸려 있었고, 그 왼쪽에는 김 전 대통령과 조지 H. W.부시 전 대통령, 그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걸려 있었다.

오른쪽에는 젊은 시절의 김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장면이 담긴 흑백사진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 영정과 가족이 자택 안에서 머문 시간은 5분가량이었다.

가족들은 자택 안에서 굳은 표정으로 영정을 뒤따랐을 뿐 말을 하지는 않았다.

상도동 자택 앞에는 운구행렬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인근 주민과 시민 등 100여명이 넘게 몰려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김 전 대통령의 오랜 이웃이자 '꼬마동지'로 알려진 이규희(45·여)씨는 "어린 시절 아저씨와 손잡고 동네를 산책하거나 운동을 따라나섰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픈 마음이 든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영등포에서 찾아왔다는 김만호(65)씨는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을 당했던 시절 찾아왔을 때 경비가 삼엄해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려고 왔다"며 "우리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고인의 덕분"이라고 말했다.

상도동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찾아와서 논의를 했었다"며 "상도동은 우리 역사의 하나의 성지였다"고 아쉬워했다.

운구행렬은 김 전 대통령 자택과 600m가량 떨어진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예정지를 거쳐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동했다.

도서관까지 이르는 길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인 1천200여명의 주민들이 겹겹이 줄을 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운구 차량이 지나가자 일부 주민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잘가십시오. 잘가십시오"라는 말만 되뇌었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마지막 모습을 담으려고 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특히 도서관 2층 난간에는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완공을 보고 가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주민 김일진(70)씨는 "우리나라 발전에 큰 공을 세우신 어른이셨다"며 "같이 배드민턴도 치고 체력도 좋으시고 친절하셨는데 도서관 완공을 앞두고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상도동 자택은 김 전 대통령이 1969년 성북구 안암동에서 거처를 옮기고서 46년간 민주화 운동과 정치 활동의 '전진 기지'였다.

5년간 대통령 임기를 제외하고는 김 전 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에 머물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반대하다가 차량에 '초산 테러'를 당한 곳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맞서다가 가택연금을 당해 23일간 단식 투쟁을 시작한 곳도 상도동 자택이었다.

1990년대 말 붕괴 위험 진단을 받고 다시 지은 상도동 자택은 대지 333.8㎡(101평)에 1층 152㎡(46평), 2층 109㎡(33평), 옥탑 16.5㎡(5평) 규모로 역대 대통령 자택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로 알려졌다.

유가족은 상도동 자택을 김 전 대통령의 손때가 탄 가재도구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기념관으로 남기기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지하 4층, 지상 8층 규모로 내년 초 개관 예정인 기념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 시절, 퇴임 후까지 각종 자료를 전시해 그의 뜻을 기리는 역사적인 명소로 조성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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