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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용팔이'와 '꼬마 동지'





고인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의식인 영결식. 오늘(26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됐습니다. 지난 닷새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먼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악연으로 얽힌 용팔이’입니다.

1987년 4월,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해있던 신한민주당이 내각제 개헌 수용을 발표하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탈당을 선언하고, 통일민주당을 창당했습니다. 그리고 통일민주당 20여 개 지구당에서 창당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폭력배들이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당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통일민주당은 창당대회를 인근 식당이나 길거리에서 치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는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방해하기 위해 동원된 폭력배. 그들의 우두머리가 바로 ‘용팔이’, 김용남 씨였습니다.

그런 김용남 씨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에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부깡패의 삶에서 벗어나 목사로서 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김용남 씨는 사과하기 위해서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남 목사 (일명 용팔이)]
민주화를 하는데 그걸 제가 가로막았다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제가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무릎 꿇고 제가 그분께 사과드리고 제가 죽을죄를 지었다고 용서해달라고 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이 굉장히 아프고요.

그리고 용팔이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빈소를 찾은 사람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른바 '꼬마 동지'입니다.

1980년 5월 17일,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는 야당인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을 상도동 자택에 가두고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큰아들 은철 씨의 결혼식조차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바깥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시간이었습니다.

[김영삼 前 대통령/SBS 한국 현대사 증언]
외부하고 전부 단절이 되어버렸죠. 일반 국민은 내가 연금이 된 줄을 몰랐어요. 일절 신문에 그런 게 안 나니까.

그때 유일하게 그를 만날 수 있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당시 열 살 꼬마 이규희 씨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를 '꼬마 동지'라 부르며 귀여워했고, 이규희 씨는 김 전 대통령을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이규희/'꼬마 동지']
(김 前 대통령 자택에) 정치하시는 분들이 다 오시면 다 동지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제가 제일 그땐 어렸으니까 제가 꼬마 동지, 아저씨가 제일 대장이었으니까 대장 동지…

늘 집안을 드나드는 어린아이다 보니 몸수색을 심하게 당하지 않았고, 그래서 김 전 대통령은 측근이나 야권 인사에게 보내는 문건을 전달하는 일을 '꼬마동지'에게 맡기기도 했습니다.

[이규희/'꼬마 동지']
쟁반을 가져가니까 쟁반 밑에 숨겨서 (가져갔어요) 서류봉투 이만한 거, 근데 꽤 두꺼웠어요.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김 전 대통령이 이제라도 편히 쉬셨으면 한다고 꼬마 동지, 이규희 씨는 마지막 바람을 밝혔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화합과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죽음 앞에서 잘못을 저지른 자는 반성의 시간을 갖고, 그와 함께한 사람들은 슬픔을 나눴습니다.

고인이 바란 화합과 통합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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