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반기문, 황장엽 망명 특사"…사활 건 외교전

<앵커>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 체제의 근간이 되는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황장엽, 당시 노동당 비서의 망명은 또 하나의 메가톤급 사건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이 물밑에서 사활을 건 외교전을 벌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직접 편지를 써서 중국을 설득했고, 외교안보수석이던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을 특사로 보내 결국 황씨의 망명을 성사시켰다고 밝혔습니다.

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육성으로 듣는 현대사 증언, 윤창현 기자입니다.

<기자>

1997년 2월 12일, 김일성의 최측근, 김정일의 가정교사였던 주체사상의 1인자 황장엽이 베이징 한국 대사관에 나타나 망명을 요청합니다.

[황장엽/1997년 2월 13일 : 오늘날 북조선의 모든 화근은 개인 독재에 있다. 북조선은 개인에 대한 숭배를 절대화하고….]

황씨의 신병을 둘러싸고 남북이 사활을 건 외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은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 주석에게 2차례에 걸쳐 비밀 편지를 보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SBS 한국현대사 증언 : '황장엽을 이북으로 보내지 말라' 그런 내용이거든요. '한국으로 보내달라' 이런 내용인데….]

결국 중국은 북한의 압력을 뿌리치고 황장엽의 한국행을 사실상 묵인합니다.

[이북이 그렇게 난리를 피우는데도 말이야, 장쩌민이 말이야 '바로 한국으로 보내면, 황장엽이를 말이야, 자기 입장이 아주 곤란해 지니까 제3국으로 보내려고 한다.]

국내 입국을 위해 중간 경유지로 선택된 곳은 필리핀.

필리핀 정부와의 조율은 반기문 당시 외교안보수석 몫이 됐습니다.

[반기문 UN총장이 안보수석일 때입니다. 내 비서로 있을 때인데 특사로 비밀리에 라모스 대통령한테 필리핀으로 보냈습니다. 밤에 만났습니다.]

필리핀은 황씨 일행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그 이면에는 퇴역한 군함을 필리핀에 사실상 공짜로 주는 거래도 숨어 있었습니다.

[한 척에 100달러씩, 상징적으로 받고 두 척을 보내줬습니다. 그러니까 좋아서 아주 죽는 겁니다. 라모스가. 그러니 그 사람이 내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있겠어요?]

황장엽은 망명 시도 두 달 남짓 만에 필리핀을 거쳐 한국땅을 밟게 됐고, 황씨의 망명을 둘러싼 남북간의 외교전은 문민정부의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영상편집 : 김병직) 

▶ '靑 금고 해체·안가 철거'…구시대 잔재 청산
▶ "더러운 동거 않겠다" 취임 직후 하나회 척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