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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후변화, 스모그가 심해진다

[취재파일] 기후변화, 스모그가 심해진다
중국의 스모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본격적인 겨울 난방이 시작되면서 이달 초 선양을 비롯한 중국 동북 3성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제곱미터 당 최고 1천 400마이크로그램(㎍/㎥)까지 올라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초미세먼지 권고 기준치가 24시간 평균 25㎍/㎥인 것을 고려하면 중국 동북 3성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WHO 권고 기준치보다 최고 56배나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24시간 평균 65㎍/㎥, 1시간 평균 12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하고, 24시간 평균 150㎍/㎥, 1시간 평균 25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경보를 발령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 동북 3성의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 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쾌청한 날 20~30km 수준이던 가시거리는 수십 m로 떨어져 정상적으로는 차량운행이 불가능해지고 노약자나 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은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정도다.

중국 스모그의 가장 큰 원인은 질이 낮은 석탄이다. 가정뿐 아니라 각종 공장에서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하면서 황산염(SO4)을 비롯해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특히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지역에 고기압이 오랫동안 머물러 바람까지 불지 않을 경우 오염물질은 그대로 쌓일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스모그는 기상조건만 맞으면 곧바로 한반도로 넘어올 수 있어 결코 남의 일로만 볼 수가 없다.

중국의 스모그를 볼 때마다 1952년 런던 스모그가 떠오른다. 1952년 12월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기록적인 스모그가 런던을 덮쳤다. 몇 발자국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지독한 스모그에 약 4천 명이 숨지고 10만 명은 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자료: Wikipedia). 런던 스모그의 원인은 중국 스모그의 원인과 비슷하다. 질이 낮은 석탄을 많이 사용한데다 고기압이 정체되고 바람까지 약해 오염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인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스모그는 더 심해질까? 아니면 약해질까? 스모그는 어떤 물질을 어디서 얼마나 배출하고 또 배출된 물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국과 영국 공동연구팀이 여러 개의 기후모델과 대기 화학모델에서 생산한 자료를 비교 분석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대기 중 에어로졸 부하(aerosol burden) 즉, 단위 면적의 공기 기둥에 들어 있는 에어로졸 총량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지 산출하는 연구를 했다(Allen et al,2015). 연구팀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경우(RCP8.5)를 가정하고 연구를 수행했다.

사전적인 의미로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떠 있는 액체 또는 고체 상태의 작은 입자를 말하는데 크기는 보통 0.01~100㎛ 정도다. 대표적인 에어로졸은 황산염(SO4)과 화석 연료가 불완전 연소할 때 나오는 그을음(Black carbon), 유기물질, 스모그의 주범인 초미세먼지(PM2.5), 먼지(dust), 바다에서 공기 중으로 들어오는 소금 입자(sea salt) 등을 포함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에어로졸은 대기 오염 물질과 다른 점이 있지만 대기 중 에어로졸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공기의 질(Air quality)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또 대기 중 에어로졸이 늘어나면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이 에어로졸에 의해 차단돼 지상에서 받을 수 있는 태양 에너지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대기 중 에어로졸이 늘어날 것인지 아니면 줄어들 것인지 또 에어로졸이 기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나 국지적으로 강수량이 늘어날 경우 대기 중 에어로졸을 씻어 내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공기가 깨끗해지는 것이다.

반대로 강수량이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대기 중 에어로졸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비가 내리는 강도나 횟수, 저기압의 이동 경로가 달라지면서 대기 중의 에어로졸 양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연구결과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황산염이나 그을음 같은 에어로졸이 늘어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에어로졸은 태양 빛을 반사시켜 온난화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지구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더 많이 붙잡아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2000년부터 2100년까지 기후변화와 대기 중 에어로졸 변화를 모의한 자료를 분석한 미국과 영국 공동연구팀의 결과를 보면 기후변화와 대기 중 에어로졸을 모의하는 모델이 달라도 지구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대기 중 에어로졸은 일관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볼 때 2100년 지표 1제곱미터가 받는 태양 에너지는 기후변화로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0.02~0.09W(와트)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대기 중에서 태양에너지를 반사하거나 흡수하는 에어로졸이 늘어나 지표에서 받을 수 있는 에너지는 줄어든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대기 중 에어로졸의 농도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적도지역과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된 북반구 중위도(북위 30~60도) 지역에서 대기 중 에어로졸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인간 활동의 결과로 늘어나는 에어로졸을 보면 2100년 지표상 황산염(SO4) 농도는 2000년에 비해 평균 11.4%, 그을음 농도는 10.5%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초미세먼지(PM2.5)도 늘어난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자연적인 에어로졸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는데 먼지(dust) 농도는 최고 20% 넘게 높아지고 바다 소금 입자 또한 최고 9.4%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대기 중 에어로졸이 증가하면서 공기의 질이 나빠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적도와 중위도 지역에서 대기 중 에어로졸을 씻어 내릴 수 있는 대규모 강수현상이 줄어들면서 대기 중 에어로졸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반구 중위도지역 육상에서 여름철 강수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기 중 에어로졸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기후변화를 모의하는 모형에 불완전한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원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을 경우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공기 질은 점점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평상시 한반도 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온다. 고농도 미세먼지 사례가 나타날 경우 미세먼지의 50~80%는 중국의 영향이다. 중국이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다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스모그를 씻어 내리는 비가 적게 내리면서 스모그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에 한반도가 더 자주 그리고 더 강한 중국발 스모그를 뒤집어쓰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참고문헌>
* Robert J. Allen, William Landuyt, Steven T. Rumbold. 2015: An increase in aerosol burden and radiative effects in a warmer world.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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