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잦은 비에 설악산 대설까지…가뭄 패턴 끝?

[취재파일] 잦은 비에 설악산 대설까지…가뭄 패턴 끝?
이런 가을은 없었습니다. 가을바람에 뒹구는 낙엽이야 늘 보던 그대로지만, 거의 매일 이어지는 가을비는 제대로 된 가을 모습이 아닙니다. 2주 전에 단비 소식을 전하면서 잦은 비를 예고해 드렸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국지적인 현상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전국에 비가 계속 내리는 것은 사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여름도 아닌 늦가을에 말입니다. 비가 내리는 원인은 장마철과 다르지만, 비가 이어지는 형태는 장마와 많이 닮았습니다.
 
서울의 관측기록을 보면 11월의 비가 얼마나 잦은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전국에 단비가 내린 11월 6일 이후 18일인 어제까지 강수량이 기록된 날은 모두 8일입니다. 13일 가운데 8일 동안 비가 내린 셈입니다.
 
동해안은 올 장마 때보다 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강릉의 경우 지난 6일부터 시작된 비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는데, 강수량이 기록되지 않은 날은 15일 단 하루입니다. 비가 시작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비구름이 완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강한 동풍이 계속 유입되면서 동해에서 먹구름이 해안으로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잦은 비만큼이나 강수량도 이례적입니다. 속초에는 지난 보름 동안 무려 318.5mm의 비가 기록됐습니다. 올해는 여름철인 6월과 7월 8월에도 한 달에 300mm가 넘는 비가 기록된 적이 없습니다. 11월에 300mm 이상의 비가 온 것은 지난 196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강릉의 비도 속초 못지않습니다. 같은 기간 강수량이 243.5mm를 기록했는데 2003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아직도 11월이 12일이나 남아 있어 강릉 역시 60년 이후 최고 강수량을 기록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 뿐만이 아닙니다. 강원 산간에는 제대로 된 눈이 내렸는데요, 설악산 소청대피소에는 20cm의 많은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향로봉에도 7.5cm의 적설량이 기록됐습니다. 설악산의 첫눈은 지난달 10일 내렸지만, 이때는 진눈깨비로 날려 쌓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눈이 실질적인 첫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잦은 비와 많은 강수량, 그리고 큰 눈까지 모두 수증기가 많아 생긴 일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역대 세 번째로 기록될 만한 강한 엘니뇨를 꼽을 수 있습니다. 엘니뇨의 영향으로 비구름이 생기는 지역이 바뀌었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가 그 비구름의 영향을 받는 것입니다.
 
비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금요일에도 비 소식이 있고, 다음 주 월요일에는 전국에 또 한 차례 적지 않은 비가 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동해안 예보에는 다음 주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들어 있습니다.
 
지루한 비를 멈추게 할 가장 큰 세력은 북쪽의 건조한 찬 공기입니다. 추위를 몰고 올 이 찬 공기가 언제쯤 영향을 줄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이윱니다. 기상청은 일단 다음 주 후반에 찬 공기가 밀려와 추위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음 주 목요일 중부 내륙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금요일에는 서울 기온도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됩니다. 12월에 다가서면서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 셈인데, 추위가 몰려오면 전국적인 비는 끝나지만, 서해안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다음 주 목요일 서해안에 예보된 눈이 바로 추위를 몰고 오는 눈입니다.
 
이래저래 이번 겨울 날씨가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음 주 초에 기상청이 계절 전망을 발표하는데 겨울철 잦은 비나 눈 소식이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오는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