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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물대포, 이게 최선입니까?





경찰의 살수차 옆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물대포에 머리를 직격으로 맞아 쓰러집니다. 남자가 바닥에 쓰러진 후에도 여전히 물대포는 그의 몸 위로 쏟아집니다.

지난 주말(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하던 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이 된 시민 백 모 씨(69)의 이야기입니다.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백 씨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진과 영상이 퍼지면서 백 씨를 강타한 물대포가 불법 과격 시위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는지, 아니면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었는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논쟁의 중심에는 물대포를 어떻게 쏴야 하는지 규정하는 '살수차 운용지침'이 있습니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물대포를 쏘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분산살수와 곡사살수 그리고 직사살수입니다. 백 씨를 강타한 물대포는 '직사살수'에 해당합니다.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시위대에게 도달되도록 물을 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운용지침에서도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할 것과 물살 세기를 조절할 것을 주의사항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거리가 가까운 경우엔 물살 세기를 현저히 낮추라고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백 씨의 경우, 직사 살수된 물대포에 맞은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규정대로 운영된 걸까요?

경찰은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시위대들이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당기고 있는 급한 상황이어서 물대포를 쏘았고, 백 씨가 넘어진 뒤에 물을 쏜 것은 백 씨가 넘어진 것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불법 과잉 진압이 아니라는 겁니다.

물살의 세기가 당시 어느 정도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슴 아래가 아니라 백 씨의 머리를 직사 살수된 물대포가 강타한 것, 그리고 물살 세기가 대단히 강력했다는 점에서 경찰이 규정을 어기고 과잉 진압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백 씨의 당시 상황을 알았든 몰랐든, 실수로라도 진압 과정에서 이런 비극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근거리 직사 살수를 시위 진압 방법으로 써도 되는 걸까요? 백 씨는 뇌수술을 받은 뒤에도 의식을 되찾지 못할 정도로 크게 다쳤습니다. 

사실 7년 전까지만 해도 근거리 직사 살수는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경찰은 20m 이내의 근거리 시위대에게 직접 물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이 조항을 변경해 현장 상황에 따라 최소한도의 범위 내에서 근거리 직사 살수가 가능하다고 수정한 겁니다.

급한 상황에서는 규정과 달리 위험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근거리 직사 살수. 시위 진압 방법으로 계속 사용되어도 괜찮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입니다.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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