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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야구에서 '오타니 같은 투수'가 사라진 이유..

[취재파일] 한국 야구에서 '오타니 같은 투수'가 사라진 이유..
'오타니 쇼크'가 한국 야구를 강타했다. 21살 오타니 쇼헤이의 강력한 구위보다 무서운 건, 오타니가 일본 프로야구의 '예외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올 시즌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순위를 보면 1위 오타니부터 4위 다케다 쇼타(소프트뱅크)까지 모두 24세 이하의 '일본 토종 에이스'들이다. 센트럴리그도 '토종 평균자책점 5걸' 중에 27세가 넘는 투수는 한 명뿐이다. 메이저리그 5년 연속 선발 10승에 빛나는 히로시마의 영웅 구로다 히로키(40세)다.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25세 이하 투수들은 519차례 선발 등판했다. 전체 선발투수의 31.3%가 25세 이하의 '영건'들이었다. 우리 리그의 21.1%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게다가 우리 리그에서는 KT의 가세 때문에 젊은 투수들의 선발 등판 회수가 인위적으로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정대현(평균자책점 5.19, 선발등판 26회), 엄상백(6.66, 22회), 정성곤(8.53, 15회) 같은 투수들은, 다른 팀이었다면 선발 기회를 이만큼 보장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9개 구단 체제였던 지난해, '25세 이하 선발 등판'은 18.2%에 불과했다.
● 당연히 학생 시절의 혹사가 큰 원인일 것이다. 

야구 선수들의 부상 데이터를 연구한 CM 충무병원의 이상훈 원장에 따르면, 프로에 입단하는 투수의 80%가 '슬랩 병변-어깨 관절와순 파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올초 류현진이 수술대에 올라야했던 바로 그 증상이다.

주말리그와 전국대회가 병존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강훈련을 미덕으로 삼는 데다, 일부 학부형들이 '팀 훈련 뒤 개인 과외'까지 시키는 현재 고교야구 시스템은, 유망주들의 건강에 큰 타격을 입히는 듯하다.

● 그런데 혹사를 젊은 에이스가 사라진 유일한 원인으로 볼 수 있을까?

일본 고교야구도 과거 만큼은 아니지만 혹사 논란이 여전하다. 안라쿠 도모히로(당시 사이비고. 현 라쿠텐)가 고시엔 대회에서 5경기 46이닝 등판으로 세계를 놀라게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일본 고교야구의 수많은 지도자들이, 투수의 등판 뒤 '정리 운동'격으로 수십 개의 불펜 피칭을 지시하는 전근대적 훈련법을 여전히 고수한다.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재팬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일본 고교야구 지도자가 되는데 필요한 유일한 자격증은 '교원 자격증'이다. 청소년 선수에 맞는 과학적 트레이닝 방법에 대한 자격증이 아니라. 즉 우리만큼 환경이 척박한 일본에서, 젊은 에이스들이 끊이지 않고 대량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큰 문제는 우리 프로야구의 투수 육성 시스템이라고 봐야 한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차 지명(혹은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48명의 투수들이 지명됐다. 야수는 겨우 12명. 그러니까 프로 팀들은 소중한 1순위 지명권의 80%를 투수 영입에 투자한 것이다. 

이 48명 중, 현재 붙박이 선발투수로 활약 중인 선수는? 정말 놀랍게도 단 한 명도 없다. 강윤구, 유창식, 임지섭 등은 '유망주'가 직업이 될 판이다. 조상우, 한현희, 이민호, 윤명준, 심창민, 윤지웅 등은 어느새 불펜이 천직처럼 돼 버렸다.

즉 7년 동안 최고의 투수 유망주 48명을 뽑아놓고, 단 한 명의 선발투수를 만들지 못한 우리 프로야구의 무능력이, ‘삿포로 참사’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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