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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DMZ에 '공중정원'을…이달말 기획안 유엔 제출"

"대나무로 DMZ에 '공중정원'을…이달말 기획안 유엔 제출"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부터 독일을 오갔고 지난해에는 미술작가들이 참여하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Real DMZ Project)에 함께 했어요. 그때 철원을 방문하면서 생각한 것이 남북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설치 미술가 최재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선 전 세계적 협업이 필요합니다. 저는 남북을 잇는 교량이라는 이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았어요."(반 시게루)

어제(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열린 '글로벌 네트워크 포럼'에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지난해 수상자인 건축가 반 시게루(57),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최재은(62)이 '공중정원 프로젝트'를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종이 건축가'로 알려진 반은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전세계 각지를 찾아다니며 '종이 튜브'를 활용, 임시 건물을 만들어 피해자를 돕는 건축가로 유명합니다.

1970년대 중반 일본으로 떠났던 최재은은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선정된 경력이 있고 한국, 케냐 등지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두 사람은 DMZ를 배경으로 한 '땅을 꿈꾸며'(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를 설명했습니다.

최 작가는 "올해 3월 통일부에 프로젝트 이미지를 제출했다"면서 "총 15㎞ 길이의 공중 정원 13개를 만들고 그곳에 바람의 탑을 두 군데에 세운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원을 지상에서 3~6m 높이에 만들자는 것입니다.

공중을 선택한 이유는 매설된 지뢰에 대한 염려를 덜고 사람도, 생태계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입니다.

프로젝트에는 생태계자료실, 종자은행 설립도 포함됐고 궁예 도성 복원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 작가는 "프로젝트 콘셉트의 기본은 생태계와 문화재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부연했습니다.

남북의 유연한 관계를 꿈꾼다는 그는 "이달 말 기획안이 나오면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우리의 힘만으론 안 되니 전세계에 이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참여를 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 시게루는 프로젝트와 관련, "자연의 힘에 의존하기로 했다"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대나무였는데, 이것은 최재은 작가의 소재로도 많이 활용됐다"고 말했습니다.

대나무를 지지대로 활용하겠다는 그는 "10년이면 대나무가 성장을 멈출 것이니 이것을 기둥으로 엮고 그 위에 도로를 둔다는 구상인데, 이런 플랫폼이 구조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람의 탑 역시 대나무를 이용해 나선형으로 30m 높이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반은 "대나무의 강도는 철강과 목재의 중간 정도로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최 작가는 좀 더 많은 작가의 참여 방안은 없느냐는 질문에 "남북 작가가 함께 하길 원한다"며 "통일부에도 이러한 의사를 전했다"고 답했습니다.

최 작가는 프로젝트를 알리고 취지를 공유하고자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5명을 선정해 비디오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참여와 공유 또한 프로젝트의 콘셉트"라고 소개했습니다.

일본 출신인 반은 개인 의견이라며 "한국과 일본, 북한을 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반은 강연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재난현장에서 만들었던 임시 건물을 설명하며 "종이로 만들었더라도 사람들이 그 건축물을 사랑하면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며 소재보다는 "사람들이 건축물에 어떤 애정을 느끼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수명도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건축가로서 사회적 활동을 꾸준히 한다는 평가를 듣는 그는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재민을 위해 저의 전문성을 펼치고 싶다"며 "건축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종이를 비롯한 나름의 재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건축물이 철거돼 산업 폐기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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