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이 다쳤다는 소식과 그에 대한 성원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이미 SBS8뉴스 리포트로 전해 드렸습니다. 이번엔 그때 미처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나를 지켜봐 주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는 것을 느끼며 저도 한 살씩 먹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땐 '내 편'인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았거든요. 김 군도 많은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7월 2일, 김 군을 제대로 돌봐준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 수많은 어른들이 한순간에 집안 막둥이를 시야에서 놓치는 일이 있는데, 그런 일이 김 군에게 벌어졌습니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집니다. 사고가 나자마자 찾아간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신경이 놀라서 그런 것이니 기다리면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이가 말 그대로 '서 있다 뒤로 넘어진' 것이니, 곧바로 하반신 마비를 의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하반신 마비' 운운했다면, '검사비 더 받으려 그러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겠죠.
그날 저녁엔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계속해서 걷지 못하고, 배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죠. 응급실을 찾은 김 군의 보호자는 '검사 결과 별다른 징후가 없기에 못 걷는 부분은 예후를 지켜보도록 하고, 배가 부푸는 것은 변이 찬 것 같으니 치료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3일, 다시 대학병원 정형외과를 찾아 CT 등의 검사를 했습니다. 그러고도 '검사 결과 별다른 징후 없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나흘이 지나고 7일에 또다시 정형외과를 찾았고, 여전히 걷지 못하는 김 군을 담당 정형외과 주치의는 신경외과로 넘깁니다. 다음날인 8일에야 김 군은 신경외과에서 MRI 검사를 하게 됐고, '척수 손상에 의한 하반신 마비'라는 판정을 받습니다. 엿새가 지나서야 말입니다.
아이가 걷지 못하는, 마비가 의심되는 상황인데 김 군은 신경에 대한 기초적인 검사인 MRI 검사를 엿새 만에 받았습니다. 응급실을 포함해 세 번 병원을 찾을 동안 왜 MRI를 찍지 않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대학 병원측은 "부모가 '아이가 자주 칭얼댄다'는 말만 했을 뿐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말을 정형외과 의사에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어린이집안전공제회에서는 1차 심사에서 김 군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일까지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지급 결정할 수 없고, 또 다른 의사의 판단과 주치의의 소견 등을 종합해 계속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습니다.
이유는 김 군의 하반신이 마비된 것이 '선천적 질병' 때문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떤 병원에서 일하는 어떤 의사가 어떤 검사를 통해 어떤 질병을 발견했는지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신경외과 의사의 판단'이라는 것만 밝힐 뿐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김군이 처한 불리한 상황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도 그렇고, 지자체나 정부, 지역사회의 도움도 충분치 못했습니다. 아이의 부모가 이웃의 도움으로 한 달 전에야 전입신고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신청할 수 있었고, 아이를 치료하느라 30만 원 월세도 못 낼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안타까운 보도를 이어가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김 군을 응원하고 도와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기사가 나갈 때마다 보도국으로 김 군을 돕겠다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성금도 꾸준히 모이고 있습니다.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고 싶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김 군의 남은 삶은, 모든 어른들이 꼼꼼히 김 군을 바라보는 그런 삶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어디에는 있다고 생각하며 김군이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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