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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뉴스] 선생님 접대 자리서 약자되는 '엄마들'…10년 전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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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뉴스를 되돌아보는 SBS 비디오머그의 '그때뉴스'. 오늘은 10년 전 오늘인 지난 2005년 11월 2일, '도 넘은 선생님 접대' 뉴스를 되돌아봅니다. 당시에도 물론 일부 학교, 일부 선생님들, 일부 학부모의 이야기였지만 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던 상황이었습니다. 지금은 이런 일이 없어졌겠지요?

경기도 안양의 한 갈비집입니다. 50명정도 되는 손님들이 한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들은 근처 중학교의 선생님과 학부모들.

[학부모 : 어제 학교 축제 끝나고 선생님들 대접하는 회식자리였어요.]

15명 정도의 어머니들이 30여명의 선생님을 모시는 자리, 술잔이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학부모 2명이 서둘러 계산대로 향합니다.

[학부모 : (113만 5천원인데 113만원만 받을께요) 우리 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고등학교도 있고, 중학교, 초등학교도 있고 그러니까 (자주 올께요).]

접대자리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학부모 : 제가 (학부모위원회) 1학년부터 했는데 이젠 안하려고 그래요. 고등학교 올라가면 안할 거예요.]

스무명 넘게 몰려간 2차 장소는 근처 노래방.

[학부모 : 음료수하고 술하고 같이 넣어 주세요.] 

술로 흥이 돋워진 자리, 노래와 춤이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학부모 : 가만히 있으면 그냥 시시하다고 같이 놀아주기를 바라고, 안 놀아주면 무능력해 보이고, 분위기도 깨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선생님이 외따로 학부모와 귀엣말을 나누는 동안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도 비쳐집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죠.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잘못하면 내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그래서 그렇게 해 드리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좀 더 영향이 있지 않을까.]

흔한 일은 아니더라도 선생님 접대 자리에선 학부모가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박범이/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위원장 : 교육의 동반자가 아니라 선생님들께 때로는 재정으로 지원하고 노래방가서 노래도 같이 해주고 그런 분위기 맞춰주는 무슨 노래방 도우미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자식이 볼모라 어머니들은 피곤해도 노래방까지 따라가서 춤추고 노래부릅니다.

물론 일부학교 일부 선생님들의 이야기입니다.

학부모들의 선생 접대는 별다른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회식 뒤 노래방을 가고 술 한 잔 마시는 것은 어느 조직에서나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란 얘깁니다.

하지만 학부모에게 받는 향응 접대는 교사의 신분상 지나친 행위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선생님 접대가 반복돼 도를 넘으면 학교 비리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접대한다며 노래방을 전전하다 비리에 휘말렸습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결탁해 조직적인 성적 조작을 벌이고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다가 지난 2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경자/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 노래방, 2차 이렇게 (자리를) 옮기다 보면 아무래도 거기에는 술이 따르게 되고, 사람이 자기 절제를 잃게 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에...]

교사들은 분명 보통 사람 이상의 절제된 모습을 사회로부터 요구 받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미래가 선생님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취재 : 이강, 박정무 / 기획 : 김도균 / 편집 : 김준희)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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