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별풍선 150만 개 쏜 경리 "스트레스 풀려고"

스무살을 갓 넘긴 최 모(21) 양은 5년차 회사원이었습니다.

201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학교 추천으로 곧바로 부산의 한 선박 관련 업체에 취직했습니다.

최 양이 맡은 업무는 회사 공금을 관리하는 경리직.

직원이 6명뿐인 회사에서 최 양은 직원의 월급은 물론 회사의 돈줄을 쥐고 있었습니다.

순탄했던 직장생활은 지난해 초 최 양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최 양은 회사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출퇴근했습니다.

회사 일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취방에서 보냈습니다.

친구를 잘 만나지도 않았고 애완견 1마리가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최 양이 인터넷 방송을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입니다.

최 양은 한 인터넷 방송사이트의 인기 남성 BJ의 토크 방송에 빠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부모로부터 독립한 최 양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회사 법인 통장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거래처 등에서 입금되는 공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습니다.

1년 6개월간 모두 4억2천만 원의 회삿돈을 빼돌렸습니다.

보통의 회사원이 만져보기 힘든 거액을 손에 쥔 최 양은 인터넷 방송을 보며 비제이(BJ·인터넷 방송 운영자)에게 '별풍선'을 날렸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200만∼300만 원어치의 별풍선을 BJ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판매하는 유료 아이템인 별풍선은 시청자가 구입해 BJ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개당 구입가격은 100원입니다.

최 양은 횡령한 회삿돈 4억2천만 원 가운데 1억5천만 원어치의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가세 10%를 제외하고 150만 개의 별풍선을 구매하는데 횡령한 돈을 탕진한 셈입니다.

최 양은 또 5천만 원의 거액을 이 BJ에게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BJ는 최 양이 자신을 좋아해 그저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년여 간 빌려준 돈까지 포함해 2억 원의 수입을 안겨준 최 양에게 BJ는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떠받들었습니다.

인기 BJ의 경우 인터넷 방송사이트와 7대3으로 별풍선 수익을 나누고 수억 원대의 연봉에 해당하는 별풍선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 양은 인터넷 방송에서 대량의 별풍선을 펑펑 터트리며 많은 시청자와 BJ에게 '큰손'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별풍선으로 인해 인터넷 방송에서 최 양이 남기는 말 한마디는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횡령한 회삿돈으로 인터넷 방송가에서 재력을 과시한 최 양은 결국 동료 직원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습니다.

최 양은 별풍선을 사서 BJ에게 선물한 이유에 대해 "취미생활이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습니다.

최 양은 별풍선 구매 금액 외의 나머지 2억여 원은 생활비로 썼다고 말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생활비를 위해 공금에 손을 댄 최 양이 별풍선을 사려고 횡령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생활 외에는 자취방에서 홀로 생활하다보니 인터넷 방송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횡령 혐의로 최 양을 구속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