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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말바꾼 교육부, '국정화TF'의 실체는?

[취재파일] 말바꾼 교육부, '국정화TF'의 실체는?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TF’ 운영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들이 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정화 TF의 실체를 부인한데 이어 황우여 부총리가 27일 오후 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다시한번 TF의 존재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니라 해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왜 일까요? 교육부도 답답하겠지만 기자는 더 답답합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사진
매주 월요일 오전11시는 교육부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주간 제공할 보도자료 설명회를 여는 때입니다. 정책을 생산한 관련부서 국장이나 과장, 사무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며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입니다. 보도자료에 없는 뒷 이야기들까지 곁들여지기 때문에 유용한 취재시간이기도 합니다. 지난 26일도 예외 없이 기자실 바로 옆 회의실에서 보도계획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일요일 밤에 전해진 ‘국정화TF 비밀운영’ 소식이 뜨거운 이슈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 야당의원들이 TF관련 교육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 동숭동 국제교육원으로 찾아가 이틀째 사무실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 교육부의 대응은 이날 새벽 1장짜리 짤막한 설명자료 배포가 전부였습니다. 설명내용은 좀 길지만 한 문장이었습니다.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방안과 관련하여 국회 자료요구 및 언론보도 증가로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위해 현행 역사교육 지원팀의 인력을 보강하여 10.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업무에 대응하고 있음” TF의 실체는 뭐고, 왜 만들었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교육부 장관의 그동안 발표와 달리 속으로는 국정화 방침을 미리 정했던 것인지, 앞으로 언제까지 운영할건지 등 궁금증을 풀어주기에는 너무나 빈약했습니다.

그래서 이날 보도자료 주간 브리핑에 기자들의 눈길이 쏠린 건 당연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현실은 엉뚱했습니다. 보도자료 설명회를 주관한 교육부 간부는 간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기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국정화 TF'관련 이야기는 입도 뻥끗 안 했습니다. 당연히 보도자료 설명회에 앞서 핫 이슈에 대해 어떤식으로든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10건의 보도자료와 부총리 일정 소개후 관련 부서의 설명회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물어보지 않는데 자진해서 말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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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국정화TF운영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교육부의 설명은 큰 틀에서 새벽에 배포한 한 줄짜리 보도자료와 다르지 않았고 설명하는 동안 TF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충분한 설명이 안 돼 오후에 다시 관련부서 간부가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2시30분에 2차로 열린 설명회에서 교육부는 오전과 말을 바꿨습니다. 국정화TF의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TF형식이 아니라 교육부 조직인 역사교육지원팀을 확대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애초 6명인데 평상시 업무에 국정화 이슈까지 더해져서 역사교육지원팀으로서는 감당이 안 돼 10월8일 확인 국감에 대비하고, 언론보도에 대응하기위해 10월5일 8명을 보강한데 이어 행정예고일인 12일 7명을 추가로 지원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역사교과서 발행체제개선 기본계획수립을 수립하고, 교과서 개발을 지원하는 일을 했고, 국회와 언론에 대한 설명자료를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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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TF존재와 관련 말을 바꾼것에 대해서는 기존 설명자료에도 TF를 만들었다고 한적이 없다며 비껴갔지만, 설명과정에서 TF 용어를 쓴 부분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했습니다. 또 확인 국감 3일전, 행정예고 일주일전에 인력을 확대 개편하면서 까지 이런 업무를 해야 할 만큼 시급했는지? 국회 자료 준비는 그렇다 치고 언론 설명자료는 얼마나 만들어 배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답을 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황우여 부총리가 그동안 줄곧 국정화 관련해서 아무것도 정해진바 없다고 주장을 했는데, 실제로는 국정화 관련 준비를 치밀하게 한 것이어서 부총리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고 국민을 기만한 것 아닌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교육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가시지 않는 것은 설명회에 나온 한 간부의 발언도 한 몫 했습니다.

일요일밤 야당의원과 교육부 직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상황을 두고 이 간부는 아침에 언론보도를 보고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나온 다른 간부는 일요일밤에 대치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했습니다. 진정성과 신뢰성에 금이가는 발언태도입니다.

 TF(Task Force)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임무를 수행하기위해 임시적으로 조직된 부서, 프로젝트 팀으로도 불리는 게 보통입니다. 교육부의 주장대로 별도 조직을 만든게 아니라 기존 조직을 확대한 것이라 하더라도 평소 업무이외 역사교과서 개편과 관련한 임무를 맡은 것이고, 기존인원 6명에 두 배가 넘는 인력이 보강된 것은 사실상 TF라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야당이 확보한 문건 ‘T/F구성.운영계획’에도 TF란 용어가 사용됐습니다.
 
그럼에도 교육부의 TF실체 부인은 야당과 언론의 공세를 차단해 국정화를 몰래 추진했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 내려는 의도가 아닌가란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사슴’이 진짜 맞는지, 아니면 사실은 ‘말’이었는지는 교육부는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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