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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슈퍼 엘니뇨에 연말까지 많은 비…해갈은 역부족

[취재파일] 슈퍼 엘니뇨에 연말까지 많은 비…해갈은 역부족
● 슈퍼 엘니뇨…기상 이변 속출

엘니뇨의 성장이 무시무시합니다. 현재 엘니뇨 감시구역의 (Nino 3.4, 5°S~5°N, 170°W ~120°W) 해수면 온도는 평균 29.1℃로 평년보다 2.5℃나 높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2℃를 넘으면 ‘강한 엘니뇨’로 최고 단계를 부여하는데,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선 겁니다. 게다가 이번 엘니뇨는 지난 1982∼83년과, 1997∼98년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보다 강하게 발달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슈퍼 헤비급 엘니뇨’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슈퍼엘니뇨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4℃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엘니뇨 발생지역인 페루 앞바다 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뜨겁습니다. 지난달 세계 평균 기온은 15.9℃로 188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9월 최고기온을 기록했는데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가뭄과 폭염이 장기화되고 있고요, 중국은 기록적인 폭우가, 미국엔 토네이도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엘니뇨 간접 영향을 받아 극심한 가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 엘니뇨의 영향이 11월엔 조금 다른 형태로 나타날 전망입니다.


● 슈퍼 엘니뇨로 11월에 많은 비 내릴 듯, 해갈엔 미흡

통계적으로 볼 때 11월은 1년 중 엘니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엘니뇨 시기에는 장마전선이 발달이 안 돼 여름철 강수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반면, 11월 같은 경우는 강수량이 오히려 증가합니다.

11월에 내리는 비는 평균적으로 46.7mm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슈퍼 엘니뇨가 발달했던 1982년 11월엔 117mm의 비가 내렸고 1997년엔 157mm의 비가 내리는 등 11월 강수량이 평소보다 3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원인은 조금 복잡합니다. 엘니뇨 발생 구역인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높으면 바닷물의 증발이 잘되면서 상승기류에 의해 저기압이 발달합니다. 그럼 반대편인 일본 근처 서태평양에는 상대적으로 고기압이 발달하는데요, 이 경우에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됩니다. 고기압 속에 쏙 들어있으면, 고기압이 다른 이동성 저기압들을 막아주면서 날씨가 맑지만, 고기압 가장자리에선 옆 나라에서 넘어오는 저기압들에게 손쉽게 노출됩니다. 이 저기압들이 많은 비를 몰고 오기 때문에 강수량이 증가하게 되는 겁니다.

많은 비가 내린다니 일단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100mm 비가 내려준다면 타들어가는 가뭄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현재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누적 강수량이 서울 경기의 지역은 평년의 42%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린 비는 고작 528.6mm로 평년 1,263.0mm에 비해 700mm가량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전국적으로도 강수량은 평년의 62% 수준입니다. 따라서 11월에 100mm가 넘는 비가 내리더라도 강수량은 여전히 충분치 않습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땅이 얼어있는 데다, 12월과 1월, 2월에 내리는 눈들은 지표면에 흡수가 잘 안 돼 해갈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상황에선 최소한 봄까지 가뭄이 이어질 걸로 예상되고, 그나마 봄에 많은 비가 내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북극 해빙면적도 줄어…12월 '북극 한파'에 서해안 많은 눈 예상

11월은 강수량이 많은 것과 함께 기온도 평년보다는 높을 걸로 예상됩니다. 전체적으로 지구가 따뜻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12월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12월에는 북극 한파 가능성이 평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지구가 전반적으로 기온이 높다보니 바다가 얼어붙는 '해빙' 면적도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북극의 해빙 면적은 740만 제곱킬로미터로, 평년 수준인 870만 제곱킬로미터보다 15% 정도 작은 상황입니다. 해빙 면적은 겨울철 한파와 관련이 깊습니다. 해빙이 꽝꽝 얼어있어야, 북극의 한기가 북극 공기에 갇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는데, 해빙이 녹으면 북극 상층의 찬 공기가 고무줄이 끊어진 바지처럼 남쪽으로 쭉 내려옵니다. 따라서 겨울철에 북극한파가 발생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올해의 경우 북미 쪽에 특히 추운 겨울이 예상되고, 우리나라 12월 기온은 평년 1.5℃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11월과 마찬가지로 예상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아, 12월에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습니다.
높은 기온 탓에 북극 해빙(sea ice) 면적이 평소보다 15%정도 줄어들었다.
물론 이런 건 장기적인 전망일 뿐이고, 우리에게는 당장 내일 날씨가 더 중요한 게 사실입니다. 북극 해빙에 슈퍼엘니뇨,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과연 이런 것들이 일상생활과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하는 의심도 한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점점 더 많은 과학적 증거가 쌓이고, 전문가들은 올해 가뭄의 원인이 슈퍼엘니뇨에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충청도 지역은 제한급수로 인해 고무대야에 물을 받아 생활하는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루 앞 바닷물 온도가 '고작' 2℃ 높은 것 때문에, 당장 국민들이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다는 황당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변화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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