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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애인이 못 타는 장애인 콜택시…뭐가 문제?

[취재파일] 장애인이 못 타는 장애인 콜택시…뭐가 문제?
장애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지체장애인은 더욱 그렇다. 그나마 지하철은 나은 편이다. 엘리베이터-보통 1대 뿐이어서 빙 돌아가야 할 때가 대다수이지만...-도 있고,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지하철의 경우에는 휠체어용 자리도 따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버스나 택시는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저상버스가 있다고 하지만, 일부 노선에 불과하다. 택시는.. 전동휠체어를 아예 실을 수가 없다. 200킬로그램도 넘는 휠체어는 성인 남성 4명이 들기에도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등장한 게 장애인 콜택시이다. 국비를 지원받아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300여 대의 장애인콜택시가 운행 중이다. 주로 승합차인데다가, 휠체어 자동 승하차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에 장애인들에게는 발이 되어주는 고마운 수단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기본료는 일반 택시의 절반인 1500원, 서울시 끝에서 끝까지 운행해도 5천 원 남짓 든다.

하지만, 일반 콜택시처럼 예약 시간에 딱 맞춰 오지는 않는다. 한 번 예약전화를 걸면, 그냥 무작정 기다려야만 한다. 택시가 주변에 있었거나 예약이 적어서 바로 오는 경우도 있다. 아주 운이 좋았을 때 얘기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기다릴 때가 허다하다. 약속 시간이 있다면, 아예 3~4시간쯤 전에 콜택시를 부른다. 넉넉하게 시간을 잡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운이 너무 좋아서 일찍 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약속 장소에 일찍 나가서 기다리는 게 낫다.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해 하며...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장애인 콜택시이지만, 그마저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이용 등급에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등급이 2급 이상, 그러니까 1급, 2급만 이용할 수 있다.  

지체장애 3급인 이광식 씨를 만났다. 이 씨는 3년 전 급성심근경색 합병증으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이후 수동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15분 이상 다니지를 못한다. 심장병 때문이다. 이 씨는 한 달에 한 두번 병원을 가야만 한다. 그 때마다 진땀을 뺀다. 이동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지하철은 이용을 할 수가 없다. 오른쪽 다리가 없기 때문에 직접 운전도 할 수가 없다. 장애인 콜택시는 아예 부를 자격이 되지 않는다. 장애등급 3급이기 때문이다.

왜소증인 하석미 씨도 비슷한 경우이다. 하 씨는 지체장애 1급으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17살 딸과 함께 외출할 때마다 문제가 생긴다. 딸은 지체장애 5급으로 택시 이용을 할 수가 없다. 모녀가 함께 외출을 할 때면, 일단 하 씨가 콜택시를 부른 뒤 먼저 행선지로 향한다. 거기에다 하 씨의 전동휠체어를 먼저 내려놓고 다시 하 씨가 콜택시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딸과 딸의 전동휠체어를 태우고 또다시 행선지로 오는 '이중 운행'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모녀는 움직일 수가 없다. 장애인 콜택시에도 전동휠체어는 한대만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콜택시 대수는 한정되어 있기에 탑승 기준을 정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준 자체가 장애 등급 만으로 결정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이용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체장애 등급 기준을 보면, 양 다리에 다 장애가 있어야 2급 이상을 받을 수가 있다. 한쪽 다리에만 장애가 있으면 3급이다. 사실상 한 쪽 다리만 없어도 거동이 불편한데, 등급의 벽에 가로막혀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교통수단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과 전문가들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장애인 등급제의 문제점이다. 사실상 등급에 따라 장애인에게 적용되는 정책과 서비스가 결정되기에 등급 결정은 장애인 복지와 전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장애인 등급을 '의료적'인 기준에서 정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복지 선진국이라는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의사의 판단 외에도 장애인의 사회적인 환경에 대한 조사를 통해 국가가 제공하는 정책과 서비스를 정한다. 이른바 '맞춤식 정책'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차를 타고 가던 두 사람이 사고가 당해서 똑같은 부위에 똑같은 장애가 생겼다고 해보자. 두 사람은 똑같은 장애 등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두 사람이 받게되는 지원은 똑같아진다. 만약 다리에 장애가 생겼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컴퓨터로 일을 하는 직업군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일을 계속하는 데는 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경호원이나 운동선수였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직업을 유지하는 데 다리의 기능이 핵심이었기에, 생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럴 경우, 두 번째 사람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고, 그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 손실분을 채우기 위한 지원까지 받아야만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부분이 불가하다. 

WHO에서도 신체적인 특성과 사회적인 환경을 고려한 장애 분류 체계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를 내놓고 권고하고 있다. 장애 문제는 단순히 신체적인 게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 환경과의 연결성, 그 사람이 해야 하는 역할, 주변의 자원들까지 종합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장애 등급의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니다. 언제나 복지 정책의 문제는 돈과 인력이다. 개인별로 '맞춤형 장애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건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회에서의 역할, 소득, 직업적인 부분까지 다 고려한 기준 말이다. 또, 이런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면 안 되니까 국가적인 단위에서 공신력을 갖고 장애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전문가와 기관이 있어야만 한다. 이런 기본 요건이 없다면, '맞춤형 제도'가 이뤄지더라도 장애인들이 수긍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이 모든 것을 구축하려면 예산도 늘어나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가 정착이 되면 오히려 새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획일적으로 서비스가 적용되기에, 안 받아도 되는 걸 받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면 장기적으로는 예산 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장애등급을 현행 5등급제에서 중증, 경증, 2등급으로만 나누어 정책과 서비스를 시행하는 시범사업을 해보겠다고 한다. 1~3급은 중증, 4~6급은 경증으로 나누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3급은 아무래도 1급보다는 '덜' 필요할 텐데, 1급에 준하는 걸 적용하면 예산이 더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지만, 참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와 장애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하나씩 구축해 가야만 한다. 장애인 정책과 서비스에서는 절대적으로 누가 얼마를 받았다 보다는, A에게 필요한 A'를, B에게 필요한 B'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으나, 제도가 만들어질 때쯤이면 콜택시가 필요한 장애인은 마음껏 원하는 시간에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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