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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호랑이보다 무서운 수입차…보험료 인상으로 잡을 수 있을까

카니발·벤츠S500 사고처리 비용분석
국산차 카니발과 수입차 벤츠 S500이 비탈길에서 충돌했습니다. 과실비율은 50대 50으로 같습니다. 수리비와 렌트비 등을 합친 손해액은 카니발이 143만 원에 불과했지만, 벤츠가 5천101만 원이 나왔습니다. 과실 비율이 같다 보니 손해액을 합친 5천244만 원을 나눈 2천622만 원을 양측에서 똑같이 부담했습니다. 보험사에서 지급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카니발 측 운전자는 보험료가 할증될 수밖에 없겠죠.

더 심한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 상당수가 대물배상 가입 한도를 1억 원 정도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람보르기니 등 10억 원이 넘는 수입 고가 차량과 교통사고가 나서 부담해야 하는 손실액이 가입 한도인 1억 원을 넘으면 초과 비용은 본인에게 돌아옵니다. 저가 차량 운전자들에게는 한순간의 실수가 엄청난 금전적 손실로 다가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사고 경험자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수입차란 얘기까지 나옵니다.
고가자동차 할증요율안
수입차 보험료 올리고 사고 나면 국산차로 렌트

정부가 뒤늦게 수입차 관련 보험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방향은 크게 네 가집니다. 우선 고가 차량 소유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올립니다. 차량 모델별 수리비가 전체 평균 수리비의 120%가 넘는 차들, 그러니까 수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수입차 대부분과 에쿠스 등 고가 국산차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 보험료를 단계별로 최고 15%까지 올립니다. 자차 보험료가 전체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 정도니까 최고 6~7% 정도 보험료 부담이 늘어납니다.

두 번째로는 대차, 즉 차량을 렌트하는데 드는 비용을 줄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 보험은 '동종차량'을 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년이 넘은 벤츠라 하더라도, 신형 벤츠로 렌트 해서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배기량과 연식 등을 기준으로 '동급'의 가장 렌트비가 저렴한 차량으로 렌트하도록 합니다. 결국, 국산차로 타란 얘깁니다. (현대차 등 국산차 업체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죠.) 그리고 현재 불분명한 차량 렌트기간도 명확한 기준을 세워서 줄일 계획입니다.
외제차 보험 개편 방안
셋째로 범퍼 파손과 같이 운전자 안전과 무관하고 경미한 사고의 경우에는 교체와 수리 범위 등의 기준을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부품을 무조건 새것으로 교환하고 보자는 관행이 줄어들 것이란 게 정부의 희망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상되는 수리비를 현금으로 지급받는 제도인 '추정 수리비'를 폐지합니다. 지금까지는 분쟁 우려나 인력부족 등의 문제로 '현금 박치기'로 합의했었다면, 앞으로는 실제로 수리하는데 든 비용만큼만 지급하겠단 겁니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런 방안들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대책이 시행되면 특별요율 적용과 렌터카 대책으로 각각 800억 원 등을 포함해 최소 2천억 원의 일반 국민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입차 업계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렌터카업체, 정비업체 등의 반발이 거세고 수입차 소유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입차 보험료 수입 증가가 보험사 배불리기가 아닌 일반 운전자들의 보험료 인하로 제대로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국산·외제차, 수리·렌트비 가격 비교
수입차 부품 가격과 공임비는?

그런데 이번 대책으로 국산차 운전자들의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요? 수입차 사고 발생 시 렌트비도 문제지만 가장 많이 돈이 드는 부분은 수리비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차량 부품 값과 정비업체의 공임비입니다.차량별로 다르겠지만, 보험연구원 조사를 보면 교통사고에 따른 차량 수리비용 평균이 국산은 94만 원, 수입차는 276만 원이었습니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수입제품이 그렇지만, 수입차 부품 가격은 해외 현지의 구입가격에다가 부대 비용, 수입업체 마진 등을 붙여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입차 부품은 특히 각 가격 요소들이 합리적인 수준인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습니다. 소비자단체 조사를 보면, 같은 독일산, 일본산 수입차들의 부품 값을 미국 판매가와 비교해보니 한국에서 판매되는 게 1.5배에서 2배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공임비는 또한 그런데, 비싼 차량이다 보니 더 전문적인 기술과 정비인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산차 공임비보다 몇 배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차량 부품의 독점적 유통 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수입차 판매 업체가 차량 부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란 겁니다. 수입업체가 부르는 게 부품 값이 된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 값을 인터넷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찾기도 어렵고 업체들은 소비자들 눈치를 보지 않고 있습니다. 또 반값 수준인 대체부품을 인증에 사용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병행수입도 독려하고 있지만 공식 정비업체들이 순정부품이 아니면 수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체부품은 '디자인 보호법'에 막혀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험료 인상은 외제차가 일으키는 사회적 비용 문제에 있어 단기 처방에 불과합니다. 부품공급의 독점 구조를 깨고 불투명한 수리비 등의 내역을 자세히 공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만 홍보할 게 아니라 대책이 실효성을 갖도록 보완하는 작업들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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