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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통보안 집 노린 필리핀 강도?…한인 부부의 죽음

은퇴 이민이 비극으로…"현지인과 갈등 조심해야"

<앵커>

필리핀에는 현재 우리 교민 1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은퇴를 하고 이민을 가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달 초 한국인 부부가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지난해에 10명, 그리고 올해도 벌써 9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대해 필리핀 경찰은 단순 강도 사건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지를 취재해 본 결과 대부분 갈등이나 원한이 사건의 배경에 깔려 있었습니다.

홍순준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로 한 시간 반 떨어진 카비테 주.

지난 2일 강도의 총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던 은퇴 이민자 이 모 씨 부부의 집입니다.

대문 앞에 다가서자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고.

높은 담장 위엔 전기 철조망까지 설치돼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단순 강도가 이렇게 보안이 철저한 집을 노렸을 리가 없다며 아는 사람에 의한 계획범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지 교민 : 돌아가시기 전 일주일 전에 개들이 다 토하고 난리가 났대요. 보니까 닭 머리에 약을 넣어서 던져 놨더래. 그리고 2~3일 뒤에 전기선이 끊어져 있더래요.]

건축업을 하던 이씨가 현지 노동자와 일을 하며 문화적 차이로 갈등이 많았다는 겁니다.

[현지 교민 : 필리핀 사람들 아주 무섭습니다. 자존심이 장난이 아니에요. 돌아가신 분이 총을 차고 있었어요.]

최초 단순강도 사건으로 발표했던 현지 경찰과 한국 대사관 측도 지금은 이 씨의 피살 원인을 현지 노동자들과의 갈등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외딴 저택.

지난 8월,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나 모 씨 부부의 집입니다.

현지 경찰은 2주 전 나 씨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 현지인을 체포했습니다.

[홍덕기/필리핀주재 한국대사관 경찰 영사 : 현지인이죠. 현지인. 현지인인데 정범이 잡혀야 될 거 아닙니까. 그래야 사주한 사람이 나오는 거고.]

필리핀 경찰은 나 씨와 심한 갈등을 빚던 현지 동업자가 나 씨를 청부 살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입니다.

올 들어 필리핀에서 총격에 희생당한 한국인은 모두 9명.

문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대부분이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한 것으로 사건 해결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대부분 청부 살인인 데다 현지 경찰의 소극적 수사가 사건의 실상을 밝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박외병/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120만 원에서 250만 원 사이? 청부살해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금액이 정해지는 거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현지 교민 : (필리핀 경찰에) 수사를 해달라고 하면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수사비를 달라고 하고.]

불법 총기와 청부 살인이 상존하는 필리핀에선 현지 문화를 최대한 이해하고, 갈등을 줄이는 게 안전을 확보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오래 산 이민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영상취재 : 정한욱, 영상편집 : 장현기) 

▶ [취재파일] 필리핀 '총격' 쇼크…왜 한인들을 죽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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