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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식물들의 광복절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면 우리는 먼저 그것을 부를 이름을 짓습니다.

철수와 영희 같은 사람 이름일 수도 있고, 생명을 가진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이름을 붙이며 생명에 의미를 부여하고, 앞으로의 바람을 담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선조들의 한국어 이름을 일본어로 강제로 바꾸는 '창씨개명'을 시행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름을 강제로 빼앗겼습니다.

조상이 물려준 성씨, 부모가 붙여준 이름을 빼앗기는 것은 치욕이었습니다.

일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 식물에도 일본식 영문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제가 일본식 이름을 붙인 한국 자생식물만 352종.

그 중에선 애국가에 등장하는 소나무도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인 소나무의 영문이름은 'Japanese red pine',  즉, 일본의 붉은 소나무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울릉도와 독도에서만 자라는 섬초롱꽃과 섬기린초, 울릉장구채의 학명에는 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다케시마'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일본에서는 자생적으로 자라지 않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에 일본식 이름이 붙은 것도 16종에 달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립수목원은 소나무의 영문이름을 'Korean red pine'으로 바꾸고, 단풍나무와 밤나무, 느티나무 영문이름에서도 Japanese를 지웠습니다.

[국립수목원 관계자 : 자생식물 4,173종의 영어이름을 검토하여, 2,500종에 대해 새롭게 이름을 붙이고, 특산식물은 한국이 원산지임을 알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국제사회에 우리 식물임을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립수목원은 자생식물의 새 영문 이름 책을 배포하고, 온라인상 표기를 바꾸기 위한 캠페인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나라를 빼앗긴 것으로도 모자라 이름까지 빼앗겨야만 했던 일제 강점기.

사람들은 1945년에 일제에서 해방됐지만, 식물들이 제 이름을 찾고 진정한 광복을 맞이하는 데 70년이 걸린 셈입니다.

취재: 조을선 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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