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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여러 번 바꾸며 접선…첩보전 같은 마약 거래

<앵커>

올해 국내에서 잡힌 마약 사범은 지난 8월까지 7천100명이 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나 증가한 건데요, 단속 실적은 늘고 있지만 이렇게 마약 거래는 스마트폰 채팅 앱 등을 통해 점점 더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약 거래 단속 현장을 정혜경 기자가 기동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5일 새벽 5시쯤 "스마트폰 채팅을 하는데 필로폰을 팔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112로 접수됐습니다.

경찰이 곧바로 검거에 나섰습니다.

위장한 경찰은 애초에 만나기로 했던 이 편의점에서 접선을 시도했지만, 판매자는 전화 목소리가 다르다며 근처로 장소를 이동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뒤로도 판매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다", "현금을 꺼내 보이라"며 반경 100m 안에서 접선 장소를 2차례 더 바꿨습니다.

마침내 4번째로 제시한 커피숍 앞에서 빨간 상의를 입은 사복 경찰 옆으로 판매자가 나타났고, 호주머니에 든 투약용 주사기를 보여줬습니다.

거래가 성사된 걸로 생각한 판매자 33살 김 모 씨는 거래 대금을 받기 위해 경찰관을 근처 현금 인출기로 데려갔습니다.

하지만 곧 잠복해 있던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고용호/서울 역삼지구대 경장 : 경찰이 아니라고 믿고 나왔는데 저희 형사분 사복 입은 경찰관들이 자기를 이제 체포했기 때문에 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김 씨에게선 필로폰 1g과 투약용 주사기 28개가 발견됐습니다.

팔려던 필로폰은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샀는데, 대포통장으로 값을 치르자 지정된 건물 우편함에 필로폰이 배달됐다고 김 씨는 진술했습니다.

[윤정근/경찰청 마약계장 : 굉장히 은밀한 범죄에 속합니다. 그래서 간첩단에 비유가 되기도 하는데, 인터넷하고 SNS가 널리 퍼지다 보니까 그 범죄에 있어서도 활용하는 횟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체 마약 사범은 상반기에 5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져 올해 말까지 만 명을 넘을 경우 유엔이 정한,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0명 이하를 뜻하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하 륭·김승태,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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