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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쪼개라, 파고들어라, 협업하라 -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경향

다음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C) 저널리즘 스쿨에서 ‘비즈니스 저널리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크리스 라우시 교수가 소개한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주목할 사례, 경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도되고 있는 방식도 많고, 환경과 시장 규모의 차이 때문에 적용하기 어려운 유형도 있다. 다만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 Quartz

2012년 9월 아틀랜틱 미디어(Atlantic Media)가 선보인 국제경제 뉴스 사이트. ‘전세계를 돌며 국제시장 동향에 관심이 큰,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중시하는 전문가들을 위한’ 콘텐츠를 표방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 콘텐츠를 지향한다. 기자들은 출입처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로지 관심 영역(areas of interest)에 따라 기사를 쓴다.

아틀랜틱 미디어는 Quartz 구독자의 60%가 재계 임원급이라고 주장한다. 콘텐츠의 길이는 아주 짧거나, 매우 길다. 임원들에게 익숙한 간결한 아침 보고형 뉴스이거나, 깊이 있는 분석형 뉴스를 추구하는 셈이다. 페이월(paywall)이나 등록(registeration), 앱 다운로드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 뉴스 소비자를 번거롭게 하지 않겠다는 뜻.

사이트 디자인도 심플하다. 광고 수입과 후원에만 의존한다. 광고 수입은 연간 1,000만~1,200만 달러. 사이트 개발자(developer)를 뉴스룸에 투입해 기자들과 함께 작업하도록 한다. 개발자들은 경영진의 간섭을 받지 않고 편집국의 지시만 받는다. 뉴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 개발에만 전념하겠다는 의지. 최근에도 브라우저, 네비게이션 바, 스토리 페이지를 업그레이드했다.

사이트 방문자는 1,000만 명. 관심 분야와 직업을 등록하면 매일 아침 미주, 유럽 및 아프리카, 아시아 등 3개 지역별로 선별된 ‘daily brief'를 이메일로 보내 준다. 경제-금융 사이트 상위 15위 안에 들지는 않지만 수익을 내고 있다.
● The Information

월스트리트저널 출신 Jessica Lessin이 2013년 설립했다. 글을 쓰거나 편집을 담당하는 스태프는 9명, 엔지니어와 아티스트, 인턴 등을 포함해도 모두 15명 정도다. 파장이 큰 기술(tech) 관련 뉴스를 터뜨리는 데 주력한다. 그렇다고 모든 기술 관련 뉴스를 다루려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전문 분야 동향과 정보에 갈증을 느끼는 기술과 산업계 전문가들을 위한 뉴스에 초점을 맞춘다. 수입은 오로지 구독료에만 의존하는데 1년 구독료는 400달러. 직원(staff)이 사업(business)보다 더 빨리 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견지한다. 기술 관련 전문 분야 공략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 RE/CODE

월스트리트저널 출신 Walt Mossberg와 Kara Swisher가 2014년 시작한 전문기술 뉴스 웹사이트. 특히 실리콘밸리 소식을 많이 다룬다. 기술 매니아, 또는 기술 중독자(junkie)를 위한 뉴스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매달 150만 페이지 뷰를 달성한다. 디지털에 관한 모든 것을 표방하는데 주요 수입원은 컨퍼런스 사업이다. 이 회사가 개최하는 ‘Code’라는 이름의 컨퍼런스에는 넷플릭스, 트위터, 우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유명 CEO가 연사로 참여했다. 컨퍼런스 티켓 가격은 3,000달러에 달한다.

올해 5월 Vox Media에 인수됐다. RE/CODE의 피인수는 경제 전문기자가 사업까지 잘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해 기자들은 자신의 본업에 집중하고 경영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 Swisher는 "언론산업은 양자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The media business is changing at a quantum speed)"고 언급했다.
● REORG RESEARCH

2012년에 설립된 부실채권 전문 사이트. 기자, 변호사, 분석가(애널리스트)가 한 팀이 되어 협업함으로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모델이다. 하나의 콘텐츠에 수 만 달러의 가격을 매기기도 한다. 하루에 20개 정도의 아이템만 다룬다. 다른 매체들은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소재를 다루는 셈. 주요 구독자는 헤지펀드나 투자은행들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중요 문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뉴스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즉 돈이 되는 것이라면 그들은 요금을 지불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아주 협소한 분야의 틈새시장 뉴스라도 지리적으로 다루는 영역이 광범위하다면 먹힌다는 점도 보여 준다. 기사의 전문성이 기본 바탕이다.

● THE DISTANCE

온라인 매거진이자 팟캐스트. 2013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Basecamp라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금을 댔지만 독립적인 편집권을 행사한다. 주주인 Basecamp의 소비자들에 영향을 미칠 기사는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편집장은 전직 시카고 트리뷴 경제 전문기자. 25년 이상 된 비상장 기업에 대한 뉴스를 주로 다룬다. 장수하는 기업, 장수하는 소상공인의 비결을 들려주는 스토리가 많다.

각 팟캐스트의 길이는 다양한데, 보통은 15분을 넘지 않는다. 시카코 트리뷴, Quartz, Gizmodo와 연합체를 형성해 일부 기사를 공유한다. The Distance의 사례는 아주 작아 보이는 소재를 다루는 콘텐트라도 큰 호소력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많은 직원을 둘 필요도 없다.
● REUTERS TV

특별히 스마트폰 시청용으로 디자인된 TV 뉴스. 웹사이트에서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스마트폰 링크를 보내 줘 앱을 깔 수 있게 해 준다. 아직은 iTunes 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할 수 있다. 국제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든지, ‘Reuters Now'라고 이름 붙여진 5~30분짜리 뉴스쇼를 볼 수 있다. ’Reuters Now'는 시청자가 있는 지역과 관심사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다.

처음 30일 동안은 무료, 이후에는 한 달에 1.99달러의 요금을 받는다. ‘Reuters TV’를 통해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이 대다수 사람들이 경제 뉴스와 정보를 받아들이는 플랫폼이 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뉴스 비디오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이전에는 공짜였던 콘텐츠에 요금을 부과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음도 보여 준다.
● 24/7 Wall St

전직 Financial World 편집장 출신이 2006년 시작했다. 증시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위주로, 하루에 약 30개의 기사만 작성한다. 기자들은 기사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주식은 소유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지난해 상반기 총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61% 증가한 145만 5천 달러, 순이익은 102% 늘어난 95만 달러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순이익 마진이 50%를 넘는다. 야후 파이낸스, MSN머니, 마켓워치, 허핑턴포스트 등 다른 경제-금융 사이트에 자신들의 기자를 재(再)게재한다.

총수입의 85%를 차지하는 광고는 강력한 편집 모델의 밑바탕이다. 동영상, 앱(App), 멀티미디어는 없다. 기사를 유명 포털이나 뉴스 사이트에 再게재하는 방식으로 사이트 운영을 사실상 아웃소싱하면서 기사의 質로 승부하는 셈. 후원받은 기사(sponsored topic)를 운영한다. 자체 사이트 디자인은 다소 번잡한 느낌을 준다.
● Seeking Alpha

월가의 애널리스트 출신 David Jackson이 2004년 설립. 자본시장을 전문으로 하지만 기자는 없다. 모든 콘텐츠는 기고자(contributor)로부터 나온다. 일종의 크라우드 소싱 미디어인 셈. 기사를 쓰는 기고자들은 페이지 뷰에 따라 돈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도 일찍이 도입된 적이 있는 방식이다. 2009년 700만 달러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다만 기고자들은 기존 경제 매체들이 잘 다루지 않은 상장기업(public companies)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주식 보유층이 넓은 기업(종목)이 기사 소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필진은 연환산으로 2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등록한 사용자(registered user)가 400만 명. 다만 일부 포스트는 익명(또는 필명)으로 쓰여지기 때문에 기사의 신뢰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MSN머니, 마켓워치 등과 기사 배급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 7월 야후 파이낸스와는 기사 배급을 중단했다.
● Business Insider

2009년 뉴욕에 근거를 두고 경제, 유명인사, 기술 관련 뉴스를 다루는 웹사이트. 이전에 존재하던 Silicon Alley Insider와 Clusterstock을 지배하는 형태로 설립됐다. 관점을 지닌 경제 뉴스를 표방한다. 유명인사 이야기도 다루므로 스포츠와 연예 뉴스도 커버한다. 올 4월 현재 경제-금융 사이트 중 2위에 랭크. 올 1월 2,500만 달러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수익을 낼 지는 아직 미지수. 연내 소비자 기술(consumer tech) 사이트를 별도로 오픈할 계획이다. 사이트 방문자의 60%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다.
● Nerd Wallet

지난해 3,000만 명이 사용한 개인 금융 사이트. 2010년 뉴욕에 근거를 두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올 초 6,400만 달러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모토는 ‘당신을 위해 숙제를 해 드립니다’ 소비자 개별 성향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게 사업 모델이다. 소비자들에게 개인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방법을 이해시켜 준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자료, 또는 상품을 자신들의 노하우로 편집한 콘텐츠와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핵심. 개인 금융은 성장 산업이며,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파격적인 작명도 성공의 한 요소다.

● WSJ LOGISTICS COVERAGE

월스트리트저널의 하부 사이트. UPS의 후원을 받는다. 일부는 후원 콘텐츠(sponsored contents)이다. 월스트리트 자체의 광고 담당 부서인 WSJ Custom Studio가 일부 기사를 작성한다. CFO저널, CIO저널, Risk&Compliance저널, CMO투데이 등 여력 있고, 정보 욕구가 큰, 특정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였다. WSJ LOGISTICS Report는 다섯 명의 스태프가 작성한다. 후원 콘텐츠가 독립적으로 편집된 콘텐츠의 재정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 또 어떤 전문적인 산업 분야라도 자기 분야에 특화된 콘텐츠를 원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 BIZWOMEN.COM

아메리칸 시티 비즈니스 저널이 2014년에 시작한 사이트. 재계 여성 리더들을 위한 뉴스를 표방한다. 믿거나 말거나 여성 경제인들은 남성 경제인이 원하는 것과 다른 뉴스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수익을 낼 필요가 없다.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sponsored) 기사 콘텐츠 페이지가 존재한다. 미국 40개 도시에서 멘토링 이벤트를 개최하며 이들 도시에서 ‘올해의 여성 경제인’을 선정한다.

● 그 밖의 시도들

파이낸셜타임즈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한 시간당 비용을 받는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새로운 시도가 확산된다면 언론사들은 웹사이트 편집, 즉 기사배치의 변화와 업데이트를 얼마나 자주해야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TheStreet는 최근 비디오 콘텐츠에 4개의 뉴스쇼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뉴스쇼는 주간, 일부는 월간으로 제작된다. 다양한 소재와 포맷의 콘텐츠 제작기술을 보유하는 게 관건. TheStreet의 ‘리얼머니’는 일주일에 3달러의 요금을 받는다. ‘리얼머니 pro’는 유명인의 투자일기를 제공하며, 보다 전문적인 트레이더를 대상으로 하는데 요금은 1주일에 16달러다.

GrowthSpotter는 올랜도 센티넬이 시작한 사이트. 한 달에 20달러, 1년에 156달러의 구독료를 받는다. 플로리다 중부 경제계의 내부 정보만 전문적으로 제공한다.

디지털 시대 초기에 언론사들은 무료로 콘텐츠(기사)를 제공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라우시 교수는 회고했다. 그 초기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은 끊임없이 시장을 세분화해서 ‘돈이 되는’ 틈새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립적으로 작성되고 편집된 기사 콘텐츠는 언제든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그런 기사 콘텐츠에 기꺼이 요금을 지불할 계층을 위해 언론사들은 콘텐츠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해야 한다. 그리고 소재적으로는 기술에 계속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기사는 더 이상 기자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기술자와 예술가, 법률가, 분석가 등 다양한 직군이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야 함을 강조했다. 비즈니스 저널리즘은 작은 분야에서(다루는 영역), 천천히(사업의 확장 속도), 함께 작업하고 발전시켜 나가야(다양한 직군의 협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조언했다.

라우시 교수는 또 후원받은(sponsored) 기사 콘텐츠가 사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콘텐츠를 ‘악(evil thing)’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독립적으로 작성되고 편집되는 기사 콘텐츠의 재정적 토대를 후원 콘텐츠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미국적 현실의 자기고백일 수도 있고, 재정적 후원에도 불구하고 편집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한국언론학회의 SK펠로 프로그램을 통해 UNC에서 연수하면서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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