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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범죄피해 '대인기피·빚더미' 20대 여성에 희망 손길

2년간 범죄피해 '대인기피·빚더미' 20대 여성에 희망 손길
"아직도 집밖에 나가는 게 무섭지만 남들처럼 일상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보육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어요."

성폭행과 2년간 이어진 협박과 갈취까지 20대 여성 A씨에게 지난 2년은 악몽같은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고3때 아버지를 여읜 A씨는 지적장애 1급인 어머니를 고향에 두고 광주에서 홀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3년 후배의 권유로 무속인 B씨의 점집을 찾았습니다.

'용하다'는 후배의 말처럼 B씨는 신기하게도 A씨의 불우한 가정사를 꿰뚫어보며 신뢰를 샀고 '내말을 들어야 산다.

기도하지 않으면 사고로 죽는다'는 말로 얼마 안되는 A씨의 월급을 자꾸 요구했습니다.

B씨는 기도를 이유로 A씨를 산속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뒤 직장에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하며 전재산 600만원마저 빼앗더니 A씨에게서 가져갈 돈이 없자 친아빠 행세를 하며 일을 시키고 A씨 명의로 사채를 빌렸습니다.

올해 초에도 A씨 명의로 체인점을 차리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만난 60대 여성이 두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신고 등을 도와 2년만에 겨우 지옥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A씨에게 남은 것은 일은커녕 집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 증세와 1억 가까운 빚, 신용불량자 딱지 뿐이었습니다.

경찰로부터 A씨의 사정을 접한 광주 북구청 복지정책과 공무원 김향숙씨는 우선 A씨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 뒤 범죄피해자 지원과 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신청했습니다.

도움을 준 60대 여성 역시 유방암 투병 중임에도 불안해하는 A씨와 함께 경찰서와 병원에 가주고 월셋집을 구하기 전까지 자신의 집에 머물게 했습니다.

이들은 벌써 반년째 A씨와 가까이 지내며 '제2의 엄마'로서 A씨의 정서적 안정과 자립을 돕고 있습니다.

김씨는 월 40만원의 지원금 중 15만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 A씨의 처지를 고려해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하고 가능하면 마음을 연 60대 여성과 가까운 곳에서 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A씨가 심리치료나 배우고 싶어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북구청 복지정책과(☎ 062-410-6295) 차원에서 지원, 장학금 혜택, 후원 등을 알아보며 진로 상담사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순한 아이같은 A씨를 처음 만났을 때 '우리 아이일 수도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엄마로서 남일같지가 않았다.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찾을 수 있게 계속 도와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 역시 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아직도 두렵긴 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A씨는 "너무 힘들 때 이모가 사준 밥 한끼, 어려운 점 물어봐주던 향숙 선생님 한마디가 정말 고마웠고 지금도 감사하다. 처음에는 모든게 다 싫었는데 요즘에는 보육교사가 돼 아이들에게 내가 잘하는 종이접기도 가르쳐주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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