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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한국의 전통, "기생 파티"?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 한글.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전통 의복, 한복. 자연과 인간이 살아 있는 주거지, 한옥까지.

우리나라엔 참 아름다운 전통문화 유산이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 공화당 대통령 대선 주자, 칼리 피오리나가 2006년에 출간한 회고록 "힘든 선택들(tough choices)"에서 소개한 우리나라의 전통은 우리가 알던 것들과 조금 다릅니다.

영어 원문으로 "kisaeng party" 바로 '기생 파티'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1990년대 초 미국 통신회사 AT&T 자회사의 이사였던 피오리나는 사업상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그녀를 접대한 곳은 국내의 한 대기업 계열사였습니다. 방한한 그녀에게 계열사의 사장 비서는 "화들짝 놀랄만한"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질문이었을까요? 질문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사장님이 피오리나 이사님을 전통 한국식으로 대접하고 싶어 하시는데, (옆자리에서 시중들 사람으로) 남성을 원하는지 물어보라고 하십니다."

원한다면 남성을 술자리에서 피오리나 옆에 앉혀주겠다는 겁니다.

그녀는 당황했지만 "나를 위해 특별히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보통 한국인 사업가에게 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궁금해진 피오리나는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인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미국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생파티라고 하는 바비큐 파티를 말하는데, 방바닥에 앉아서 위스키를 많이 마신다. 여성은 절대 초청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유럽식으로 준비할 줄 알았다"

"The traditional Korean evening is a barbecue called a kisaeng party. You sit on the floor and drink a lot of scotch. Women are never invited, so we assumed he'd choose a European-style dinner"

피오리나는 술자리에 나갔습니다.

끊임없이 술잔이 돌았습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술을 권하는 것이 "존경의 표시이자 술 시합"이기 때문에 자신을 시험하는 그 술잔들을 거절할 순 없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렇게 자신 앞에 마시지 못한 위스키가 무려 8잔이나 쌓였다고 합니다.

그때 옆자리에 앉은 '기생'이 테이블 밑 나무그릇에 자신의 술을 몰래 따라버렸고, 피오리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며 "서로 상대 기분을 상하지 않게  술잔을 테이블 밑으로 사라지게 함으로써 건배를 외치고 체면을 지켰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오리나는 회고록에서 이 경험이 매우 즐거웠다고 이야기하며,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성공적 협상의 필수조건이라는 지론을 뒷받침하는 예시로 들었습니다.

상대방의 문화적 상대성을 존중하고 협상에 임했다는 피오리나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절대 초대되지 않는다는 기생파티"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로 여겨진다는 사실은 대단히 부끄럽습니다.

"그런 '전통'은 이제 없다."라고 외치고 싶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여성이 절대 참석할 수 없는 술자리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는 한국의 문화는 전통이라기보다는 악습에 가까운 것 아닐까요?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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