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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한글파괴 이대로 괜찮나…한글날 앞두고 자성론

인기 개그맨 유세윤은 지난 7월 '쿠세스타 100'이라는 노래 오디션을 개최했다.

제목 '쿠세'는 버릇이나 습관을 뜻하는 일본어다.

영어는 물론이고 각종 외국어를 활용한 방송 프로그램과 제품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일본어로 행사 제목을 지은 것을 지적하고 들면 시대착오적일까.

하지만, 국민적 정서를 고려할 때, 또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인기 스타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는 현실에서 유세윤의 선택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유세윤의 소속사 코엔스타즈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목을 짓는 과정에서 좀더 사려깊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한글날을 앞두고 연예계에 퍼진 한글 파괴, 외래어 오남용 실태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크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언어도 변화를 거듭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일정한 선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연예계와 방송계에서 아름다운 한글을 지키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최근 화제가 된 인터넷 콘텐츠 '신서유기'에서는 '최고져'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무슨 뜻일까? '최고이지요' 혹은 '최고예요'라는 말의 어미를 흔히 쓰는 속어처럼 변형한 것이다.

'멘탈 붕괴'를 뜻하는 '멘붕'이라는 단어는 이미 너무 많이 쓰여서 표준어로 인식될 정도이고, 방송 자막에는 '뗑깡 부려' '동네 야매로 해서' '빡세다' '돌아버리다' 등의 일본어 표현이 버젓이 등장하는 현실이다.

언젠가부터는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자막과 방송 출연자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있다.

'역대 최고'에 해당하는 '급'이라는 뜻을 내포한 속어인데 하도 많이 써서 이 역시 표준어로 착각될 정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대열 홍보팀장은 8일 "최근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 따른 시청률 경쟁 심화는 방송언어의 건전성 훼손과 우리말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이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특히 비속어, 신조어 남발·사용 등은 세대간 소통에도 단절을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방송제작 현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유념해 올바른 방송언어의 사용과 확산을 위해 노력해주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도 지난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신서유기' 같은 웹 전용 방송 콘텐츠에 대한 심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현재 웹 전용 콘텐츠는 부가통신 서비스로 분류돼 심의 및 등급 분류 대상이 아니지만 점점 이런 콘텐츠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가요의 제목이나 노랫말은 과거부터 한글 변형에 대한 용인의 폭이 컸지만, 이 역시도 '마지노선'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오에이의 '심쿵해', 지디앤탑의 '쩔어'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는 말들이 노랫말로 옮겨진 사례이지만 비속어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역시 가요를 통해 이제는 '대세 표현'이 된 '썸타다' '썸남썸녀' 등의 표현 역시 표준어는 아니다.

하지만, 표준어가 아니라는 기준으로 모든 표현을 단속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론도 있다.

오랜 기간 '짜장면'이 아닌 '자장면'이라고 표기해야 한다고 하다가 결국 '짜장면'이라는 표기를 허용하고, '너무'는 부정적 표현으로만 써야한다고 규정하다가 '너무 좋다'라고 써도 된다고 허용됐듯 표준어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표현의 수단과 방식이 급격하게 변한 시대에 과거의 잣대로 우리말 문화를 평가하고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SBS 이창태 예능국장은 "SNS라는 게 생기면서 말과 글의 유통 방식이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콘텐츠도 영향을 받게 됐다"며 "이에 따라 올바른 우리말에 대한 기준 역시 좀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표준어가 아니었던 말도 사람들이 계속 쓰면 표준어로 바뀌듯, SNS가 초래한 변화가 분명하고 급격한데 사회적 수용의 속도도 그에 맞춰야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물론 그럼에도 방송 제작진이나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스타들이 좋은말, 고운말, 따듯한 말을 쓰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지상파방송사업자 3개사,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방송채널사용사업자 6개사 등은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 확산을 위한 방송 분야 업무협력 협약서'를 체결하고 방송언어 심의·모니터링, 방송 관계자 교육, 청소년 언어 순화와 양성평등, 다문화 인식개선 캠페인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참가 기관들은 아름다운 언어문화 확산을 위한 공익성 캠페인 영상을 제작해 방영하고, 청소년 주 시청 시간대(오후 6~10시)에 방영하는 프로그램에 '바르고 고운 말을 쓰는 청소년이 대한민국을 밝게 합니다'와 같은 청소년 언어순화 자막 고지를 내보내기로 했다.

또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지난달 발표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 준수에 앞장서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은 정확하고 올바른 표현 사용, 욕설·비속어 사용 금지, 차별적 언어사용 자제 등 방송언어에 관한 일반적인 원칙과 대담·토론프로그램, 예능·오락프로그램 등 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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