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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같은 나라가…속내 드러낸 오바마

[월드리포트] 중국같은 나라가…속내 드러낸 오바마
TPP 협상이 타결된 뒤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환영 성명을 살펴보면 중국을 미국의 경쟁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내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잠재적 고객 95% 이상이 외국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같은 나라가 세계 경제 규칙을 쓰게 허락할 수는 없다”라며 “미국이 주도적으로 세계 경제 규칙을 써야하고 미국산 제품이 파고들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고 돌아간 지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중국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중국이 최근 수년간 10여 개 국가와 FTA를 체결하고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다시 구축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기반으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을 설립하고 여기에 미국의 전통 우방을 합류시키며 미국을 자극한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담아 쏟아낸 것입니다.

오바마는 또 “이번 TPP에는 역사상 어느 협정보다도 더 강력한 노동과 환경조항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다”라고 말했는데 중국 경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열악한 노동 상황과 환경문제를 강조하며 에둘러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I've spent every day of my presidency fighting to grow our economy and strengthen our middle class.
That means making sure our workers have a fair shot to get ahead here at home, and a fair chance to compete around the world
My approach to trade has been guided by a unifying principle: leveling the playing field for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es, so we can export more products stamped Made in America all over the world that support higher-paying American jobs here at home.
Over the summer, Democrats and Republicans in Congress came together to help the United States negotiate agreements for free and fair trade that would support our workers, our businesses, and our economy as a whole.
When more than 95 percent of our potential customers live outside our borders,
we can’t let countries like China write the rules of the global economy. 
We should write those rules, opening new markets to American products while setting high standards for protecting workers and preserving our environment.
That’s what the agreement reached today in Atlanta will do.
Trade ministers from the 12 nations that make up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finished negotiations on an agreement that reflects America’s values and gives our workers the fair shot at success they deserve.  
This partnership levels the playing field for our farmers, ranchers, and manufacturers by eliminating more than 18,000 taxes that various countries put on our products. It includes the strongest commitments on labor and the environment of any trade agreement in history, and those commitments are enforceable, unlike in past agreements.
It promotes a free and open Internet. It strengthens our strategic relationships with our partners and allies in a region that will be vital to the 21st century. It’s an agreement that puts American workers first and will help middle-class families get ahead.

Once negotiators have finalized the text of this partnership,
Congress and the American people will have months to read every word before I sign it.
I look forward to working with lawmakers from both parties as they consider this agreement.
If we can get this agreement to my desk, then we can help our businesses sell more Made in America goods and services around the world, and we can help more American workers compete and win.

                                  
▲ 오바마 미국 대통령 TPP타결 환영성명
 
메가 FTA 가운데 하나인 TPP는 당초 2005년 뉴질랜드와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등 네 나라가 시작했는데 2010년 미국이 참여하면서 협상에 속도를 냈고 캐나다와 일본, 호주, 멕시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페루 등 최종 12개국이 참여하게 됐고 협상타결로 각 나라는 11개국과 한꺼번에 FTA를 맺게 된 효과를 얻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 TPP 협상 타결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경제적 측면에서의 효과가 가장 클 것입니다 미국은 2013년 기준으로 6천2백2십억 달러를 TPP를 체결한 11개 나라에 수출했습니다. 하루에 2십억 달러, 우리 돈 2조 원 이상의 물건을 이들 나라에 파는 셈인데요, 높은 관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가 미국산 제품 수출의 장애가 돼 왔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미국산 자동차 부품에 27%의 관세를 매겼고, 말레이시아는 미국산 가금류에 대해 4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런 관세장벽의 철폐를 이들 나라에 대한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촉진시킬 것이고 경제적 효과는 그만큼 클 것입니다. 물론 아시아와 남미국가의 노동집약적 상품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 있어 미국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노동자 층이 주요지지층인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TPP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지정학적 이득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아시아 재균형'전략을 통해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으로선 경제공동체를 형성한 TPP는 전략의 한 축이 됐습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안보동맹을 공고히 한 일본과는 경제동맹까지 맺게 된 것입니다. 한 경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아베노믹스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TPP 타결로 GDP가 2%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일본은 중국에 직접투자하는 큰 손이자 2012년 기준 대중 교역액이 3천3백억 달러가 넘는 주요 교역국인만큼 TPP 협상 타결은 대일 무역에 있어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됐습니다.

특히 대미 수출품목이 중국과 많이 겹치는 베트남이 관세철폐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되는 것도 중국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일입니다. 만약 중국이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와 분쟁이 생겼을 경우 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TPP 협상 타결이 EU와 협상 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즉 TTIP(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에도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심이었던 세계경제의 판을 다시 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경제의 룰을 미국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TPP는 개방수준이 다른 다자 FTA보다 높고 노동과 환경 분야등에서 엄격한 표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소임금 규정, 노동조합 설립, 노동자 권익에 대한 보호가 국제노동기구 ILO 규정에 따라 까다롭습니다.

미국의 종국적인 목표는 중국을 TPP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중국에 국내 상황을 정리한 뒤 들어와라, 사실상 옷 벗고 미국이 룰을 만든 거대 시장에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TPP 타결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는 겉으론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기분 나쁘고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을 관영 중국 언론들이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환구시보는 'TPP가 중국 경제를 붕괴시킨다고? 상상력도 풍부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곳곳에 사적 이익을 감춰놓고 이를 도덕적 호소력에 대한 구실로 삼으려는 것은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격" 이라며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미국이 (글로벌) 영향력 감소에 대한 해법을 제도 만들기에서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면서 "설령 미국이 또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세계 제 2대 경제체제인 중국이 그 안에 없다면 TPP는 시종일관 불완전하고 생명력도 유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것 같네요.

우여곡절 끝에 TPP협상이 타결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남은 세부 쟁점들을 논의하고 의회비준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가장 큰 난관은 각국 의회 비준, 그 가운데 특히 미국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먼저 90일을 기다린 뒤에나 TPP 합의문에 서명해 연방의회에 비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어 60일 동안 TPP 세부안을 공개 열람하게 돼있어 의회에서 다뤄지는 시기는 빨라야 내년 4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합니다. 상하원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비준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내년 4월 이후면 대권을 잡기 위한 당내 경선이 정점에 이를 시점이어서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민주당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또 하나의 레전드 완성을 도와주길 꺼리는 공화당이 선뜻 표결에 나서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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