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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껴안으려다 멈췄는데도 유죄판결…이유는?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세요!

▶ 임제혁 변호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오늘은 어떤 법 얘길 나눠볼까요?

▶ 임제혁 변호사: 

살인 미수, 상해 미수 이런 단어 들어보셨죠? 오늘은 미수범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어떤 남자가 모르는 여자를 뒤따라가서 뒤에서 껴안으려다가 인기척을 느낀 여자가 비명을 질러 멈춘 사건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법원이 강제추행 미수를 인정했는데요, 이 사건 얘기를 해보죠.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된 것인지 먼저 사건 경위부터 살펴볼까요?

▶ 임제혁 변호사: 

예, 말씀드린 대로 혼자 걸어가던 여고생을 뒤따라가 인적이 없는 외진 곳에 이르러 뒤에서 껴안으려던 중 인기척은 느낀 여학생이 뒤를 돌아보면서 비명을 질러 실패를 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껴안은 것도 아니고, 껴안으려다가 멈췄잖아요. 이것이 강제추행 미수죄라는 거죠?

▶ 임제혁 변호사: 

일단 만일 이 사건에 이 여고생을 인기척을 전혀 못 느껴서 이 남자가 정말로 뒤에서 이 학생을 끌어안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이 간혹 어긋나는 판결을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습적으로 한 타인의 신체에 대한 행동으로 성적 수치심, 혐오감을 일으키는 것이 돼서 강제추행이 될 겁니다. 그리고 강제추행의 결과까지 다 만들어낸 것이 되어서 이를 “기수”라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기수까지 못 가는 것이 미수가 되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예, 맞습니다. 그런 결과까지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누가 봐도 결과를 일으킬 정도의 행위를 시작한 경우라면, 이거 위험하잖아요. 처벌의 필요성이 생기거든요. 이걸 미수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껴안으려고 가까이 가서 팔을 벌리고 확 하려는 순간에 여학생이 소리를 질러서 못 한 거잖아요. 그래서 대법원은 강제추행 미수로 본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누가 봐도 결과를 일으킬 정도의 행위를 시작했다, 이거는 정하기 나름 아닌가요?

▶ 임제혁 변호사: 

예, 그래서 우리가 쉽게 우리가 쉽게 살인미수, 강도미수, 사기미수, 이런 말들을 하지만, 결과를 야기할 정도의 행위를 시작했는지 여부를 두고는 학설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범죄실현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보면 될 것 같아요.

가령 누군가의 목숨을 노리고 칼을 품고 옆에 서성거리는 정도라면, 아직 어떤 위험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요, 그쵸? 그런데 서성거리는 정도를 넘어 기회를 봐서 칼을 빼어들고 덤벼들었다면, 그때는 누가봐도 위험한 상황이 생긴거죠? 이경우는 이제 미수가 될 여지가 생기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강제 추행할 의도가 없었어도 강제추행 미수죄가 될 수 있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아닙니다. 조금 전에 칼을 뽑아든 사건에서도, 목숨을 뺏을 의도까지는 아니지만, 다치게 할 생각은 있었고 그래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는 안 되는 커터칼을 준비해서 빼들고 덤벼들었다면, 이건 살인미수가 될 수는 없어요 상해미수가 되죠. 만일 이 남자가 우연히 여학생의 뒤를 따라가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면서 팔을 뻗었던 경우라면, 강제추행의 고의가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에 강제추행 미수가 될 수는 없었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아니고, 정말 어떤 성적욕구로 껴안았거나 신체 접촉이 있었다면 강제추행이 되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얼마 전에는 지인의 여자 친구가 잠든 줄 알고 추행을 했잖아요. 그런데 이 여자 친구가 잠든 척 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했던 사건도 있었잖아요?

▶ 임제혁 변호사: 

이 판결은 정말 문제가 있죠. 막말로 깨어있으면 추행이 되고 안 깨어있으면 추행이 안 된다는 것인데, 말이 안 되죠. 법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해석하면 이런 결론이 나와요. 형법상 강제추행은 폭행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다고 쓰고 있어요. 여기는 폭행 협박이 없다고 본 거에요. 그리고 법전 어디에도 피해자가 적극적인 저항을 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아요. 적극적인 저항이 없다고 허락한다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 판결은 그리고 기존에 대법원이 내린 판결하고도 배치되요.   

▷ 한수진/사회자: 

배치된다는 것은 무슨 뜻이죠?

▶ 임제혁 변호사: 

만지는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한다면 강제추행으로 인정할 여지가 많아지겠죠? 우리 법원이 이미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고, 이 경우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본 적이 있어요. 결국 이런 논리라면 자는 사람 만지는 것도 강제추행으로 봤어야 한다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이번에 강제추행 미수가 된 판결이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했고, 2심에서는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을 내렸네요. 이런 판결이 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무죄가 된 이유를 보면요, 쉽게 말해 강제추행의 결과를 일으킬 정도의 위험에 이르지 않았다, 즉 강제추행을 범하기 위해 시작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쫓아가서 인적이 드물 때 팔을 쫙 뻗었는데, 항소심에서는 강제추행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본 거에요?

▶ 임제혁 변호사: 

우리가 실행의 착수라는 단어를 쓰는데요, 객관적인 위험성을 일으키는 단계를 말합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강제추행은 폭행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해야 되요. 폭행이나 추행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항소심은 뒤따라가서 팔을 벌린 자세를 취한 정도로는 이 여학생의 반항이 곤란할 정도의 폭행, 협박은 아니어서 실행의 착수가 없다고 본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또 판결이 달라졌어요?

▶ 임제혁 변호사: 

예, 대법원에서는 그 정도면 강제추행을 나아갈 폭행 협박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본거죠. 

▷ 한수진/사회자: 

1심과 2심, 대법원 판결이 다 다른데 이렇게 판결이 오락가락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원죄는 대법원에게 있습니다. 법은 해석을 해야 되요. 그 해석이 오락가락 하면 혼선이 생겨요. 그리고 그 해석에 가장 큰 권위를 부여하는 데가 대법원이에요. 그런데 대법원이 강제추행을 두고, 어떤 경우에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는 척하는 사람이 항거하지 않은 경우는 강제추행에 대해 무죄라고 하다가, 노래방 도우미의 가슴부위를 덥석 안은 경우에는 별다른 폭행 등이 없었는데에도 그런 행위 자체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 행사라고 해서 강제추행 유죄를 인정하는 거예요.

앞의 해석에 의하면 2심에서 팔을 벌린 정도는 미수에 이른 것 조차 아니다 라고 할 수 있는거고요, 두 번째 해석에 의하면 외딴곳까지 따라가서 껴안으려고 팔을 벌린 정도면 적어도 강제추행 미수에 해당하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님께서는 유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임제혁 변호사: 

유죄가 맞는 것 같아요. 컴컴한 외딴 곳이에요. 거기서 여학생의 등 뒤에서 팔을 벌렸어요. 그 상태에서 여학생을 껴안기 까지 어떤 행동이 더 있어야하나요? 그냥 껴안는 행동만 있으면 되요. 쉽게 말해 강제추행이 기수에 이르기 직전까지 간 거예요. 이걸 두고 미수라고 안 한다면 도대체 어떤 경우가 강제추행 미수에 해당하는 걸까요?

▷ 한수진/사회자: 

최근 성추행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거나 성추행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 임제혁 변호사: 

점차 강제추행의 인정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경향이라는 것을 꼭 알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입장이 변해갈 때 혼선이라는 것도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타인의 신체에 대해서는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 존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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