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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쟁률까지 조작?" ‘신종 입시비리 수법’에 좌절하는 학부모

[취재파일] "경쟁률까지 조작?" ‘신종 입시비리 수법’에 좌절하는 학부모
‘야구 특기생 수시 입학 비리 의혹’의 핵심은 원서를 내기도 전에 ‘합격자’들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학생들은 감독이 정해주는 대학 한 곳에만 원서를 써야하고,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성적이 좋아도 지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한결같은 목소리였습니다. 서울지역 대학의 야구 특기생 모집 경쟁률은 거의 ‘1대 1’이었던 것은 이런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습니다. 대학 감독과 고교 감독의  ‘끈끈한(?) 커넥션’이 실력과 상관없는 합격자를 배출하고, 이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간 ’입시비리‘ 사건이 반복되면서 이런 의혹은 현실로 확인돼 왔습니다.

올 들어 야구입시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경찰 수사와 국정감사로까지 확산되면서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자정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야구부 학생들이 대학 6곳을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일부 대학에서는 ‘감독 추천’을 30%로 제한하고 대부분 성적에 따라 합격자를 뽑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현장의 학부모들은 “겉으로만 달라졌을 뿐”이라며 눈물짓고 있습니다. 감시망이 촘촘해진 만큼 수법이 더 교묘해졌다는 겁니다.

● “경쟁률은 모두 허수예요. 합격해도 등록 안 할 애들이 대부분이죠.”

서울 지역 대학들이 발표한 2016학년도 야구 특기생 수시 모집 경쟁률은 대부분 5대 1이 넘었습니다.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경쟁률은 허수”라고 주장하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얼마 전 우리 아이가 원서를 접수하러 갔는데, A고 학생 5명이 와 있더래요.
대부분 성적 좋은 애들이었는데, 희한하게 고만고만한 대학에 같이 지원한 거죠. 그런 경우는 없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들은 ‘여기 붙어도 안 다닐 거야. 다른 데 갈 데 있어.’라며 감독이 시켜서 그냥 지원하는 거라고 했대요.
경쟁률이 조작되고 있는 거죠.“


학부모들은 지금 ‘신종 입시비리 수법‘이 자행되고 있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주장하는 ‘신종 수법’은 4단계로 나눠집니다.

@1단계: A대학의 합격자는 이미 감독들의 커넥션으로 내정돼 있습니다.

@2단계: A대학 감독은 소위 자기 라인에 있는 B,C,D고교 감독에게 경쟁률을 높이도록 지시합니다.
         각 고교 감독들은 이미 다른 학교에 입학하기로 내정된 학생들 중에 ‘성적 좋은 학생들’을 골라
         A대학에 지원하도록 합니다.

@3단계: 성적에 따라 학생을 뽑습니다. ‘성적 좋은 학생’들이 합격하게 되겠죠.
         여기까지 입시전형은 공정하게 이뤄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성적 좋은 B,C,D고교 학생들은 이미 다른 학교 입학이 내정돼 있기 때문에
         A대학의 등록을 포기하게 됩니다.

@4단계: 무더기 미등록 사태가 벌어지면, ‘성적이 떨어지는 내정자’들을
         2순위로 대기자로 올려 추가 합격시킨다는 겁니다.


마치 소설 같은 이 시나리오는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입시 전형이 진행 중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학부모들은 벌써 좌절하고 있습니다. 한 대학 감독은 “아무리 감독 추천을 제한한다고 해도, 실력에 따라 1차 합격자를 뽑고 나면, 2순위 대기 명단에는 ‘내정자’들의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며 자신했다고도 합니다.
● ‘방어율 20‘이 넘는 데 유망주?
지난 취재파일에서 ‘방어율 9’ 투수의 명문대에 입학 의혹을 다룬 바 있습니다. 이 대학 감독은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의혹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 만 아니라 ‘방어율 18’투수와 ‘방어율 20’이 넘는 투수도 지난 해 서울의 대학에 입학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방어율 20’이 넘는 투수를 뽑은 한 대학 감독은 경찰조사에서 “내가 보기에는 유망주였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이 투수는 지난 해 4경기에 나와 3이닝도 던지지 않았습니다.

대학 감독들은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유망주’라는 말로 포장해 뽑아 왔습니다. 학부모들은 “대학 감독들은 이번에도 성적이 떨어지는 ‘내정자’들을 ‘유망주’라며 2순위 대기 명단에 올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취재파일’을 통해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확인 불가능한 소문을 기사로 쓴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확인할 수 없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사화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비록 소문이었지만, 이미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너무 늦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불행할 수도 있는 상황을 미리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껏 너무 많은 소를 잃어버렸으니까요. 부디 이번만큼은 ‘비리’ 잡음 없는 공정한 입시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소문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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