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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은 평창에서 잠은 서울에서?

벌써 4년 전의 일입니다. 2011년 7월 강원도 평창이 3수 끝에 2018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저는 유치위원회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평창이 이제 각 분야별로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게 뭐라고 예상합니까?” 그 유치위 관계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숙박”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장 건설, 스폰서 유치, 교통 등을 제치고 숙박을 가장 크게 걱정한 것입니다.

이런 우려가 4년이 지난 지금 불행하게도 적중하고 있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가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공식 보고한 문서를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마케팅 파트너의 숙소가 부족해 서울의 5성급 호텔을 준비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마케팅 파트너는 쉽게 말해 IOC 글로벌 스폰서와 평창 동계올림픽 로컬 스폰서입니다. 로컬 스폰서는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국내 대기업들입니다.
사진에 나와 있듯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원만히 치르려면 글로벌 스폰서(TOP 스폰서) 숙박용으로 5성급 호텔의 방 1,500개를, 로컬 스폰서용으로 4성급 호텔의 방 1,500개를 확보해야 합니다. 합치면 모두 3,000개 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평창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속초와 양양 지역에 있는 4성급 호텔의 객실까지 샅샅이 조사해 모두 2,819개를 마련했습니다. 전체 방의 개수는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었지만 문제는 5성급 호텔 방이 턱없이 부족한 점입니다. 세계 굴지의 기업들로 이뤄진 글로벌 스폰서의 고위임원들은 당연히 5성급 호텔에서 숙박하는 게 관례이기 때문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일단 평창과 강릉에 위치한 특급 호텔 방 120개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IOC가 요구한 1,500개에는 어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안이 ‘서울 숙박론’입니다. 서울에 위치한 46개의 5성급 호텔과 협상을 펼쳐 모두 6,042개 방을 확보했고 공식 합의는 내년 5월까지 마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평창 조직위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서울의 호텔에서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이동한 뒤 거기에서 고속 철도를 이용해 강원도 진부역에서 내린 뒤 셔틀버스로 평창에 도착하면 모두 합쳐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속 철도를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진부역까지는 59분, 청량리역에서 강릉까지는 1시간12분이 걸립니다. 서울시청에서 평창 알펜시아까지 개인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약 2시간30분 소요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대회 기간은 총 17일입니다. 문제는 세계적 기업의 고위임원들인 이들이 서울과 평창, 또는 서울과 강릉을 매일 이렇게 다닐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개인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왕복하는 시간만 5시간이 넘고 고속 철도를 활용할 경우에도 4시간이나 걸립니다.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에서 자지 못하고  그곳에서 200km나 떨어진 서울까지 거의 매일 왕복하게 될 VIP들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렇다고 오직 올림픽을 위해 강원도에 특급 호텔을 한 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나 지을 수는 없습니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에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각국 선수단은 아파트 형태로 신축되고 있는 평창선수촌과 강릉선수촌에서 숙박합니다. 국내외 미디어 종사자는 강릉 미디어 빌리지(신축) 또는 강원도 내 일반 콘도를 이용합니다. 평창 조직위는 강원도 일대의 모든 호텔과 숙소를 사실상 총동원해 모두 26,978개의 방을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20,272개가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배정되고 평창조직위는 5,892개를 사용하게 됩니다. 현재 확보된 26,978개의 방 가운데 61.3%인 16,545개는 온돌입니다. 침대나 매트리스 준비에 추가 비용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평창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외국 관광객을 비롯해 지금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올 경우 ‘숙박 대란’이 불가피해 펜션과 민박까지 모두 동원해야 할 상황입니다.

평창 조직위가 숙박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걸쳐 난관에 처한 중요한 이유는 결국 강원도의 부실한 인프라 때문입니다. 일례로 평창올림픽의 감동을 전 세계에 전할 ‘올림픽 방송국’ (OBS)의 창고도 평창에 지어야 하는 게 이상적인데 강원도 내에서는 IOC의 요구를 충족할 대형 창고가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평창 국제방송센터(IBC)에서 125km나 떨어진 경기도 여주에 마련될 예정입니다.

지난 해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일부 종목 ‘분산 개최’를 제의했을 때 우리 정부와 조직위, 그리고 강원도는 일언지하에 거부했습니다. 남자 아이스하키나 ‘빅 에어’의 ‘서울 개최’도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강원도가 있었습니다. 일부 종목을 분산 개최만 했어도 숙박 문제의 부담은 다소나마 덜 수 있었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었고 대회 홍보 효과도 더 크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적으로 ‘분산 개최’는 물 건너갔습니다. 모든 경기를 강원도에서만 치르겠다고 주장한 강원도와 최문순 지사는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갖고 숙박을 비롯한 주요 현안을 앞장서 해결하는 게 마땅한 도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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