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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잘못 밟으면 악취…가로수에 은행나무 많은 이유?



가을이 오면 항상 코끝에 맴도는 냄새가 있습니다.

은행 열매 냄새입니다.

가로수에서 우수수 떨어진 은행들을 사람들은 마치 지뢰 피하듯 조심스럽게 지나쳐 갑니다.

잘못 밟았다간 지독한 냄새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왜 이렇게 냄새가 나는 걸까요?

은행열매는 씨와 씨를 보호하는 과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곤충이나 새로부터 씨를 보호하는 주황색 과육에는 독성물질인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이 함유돼 있는데, 이 독성물질이 냄새의 원흉입니다.

씨를 보호하기 위해 지독한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나무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전국 가로수 563만 그루 가운데 은행나무는 20%에 달하고, 도시지역은 그 비중이 40%가 넘습니다. 

도대체 가로수 중에 은행나무가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은행나무의 정화기능이 탁월하고, 도로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병충해에 잘 걸리지 않아 가로수 역할에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간택되어 심어졌습니다.
  
그런데 은행나무가 자라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은행나무 중 암나무에서 악취 나는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수나무를 심었으면 열매가 열리지 않았을 텐데… 왜 애초에 암나무를 심었을까요?

은행나무는 15년 이상 자라 열매를 맺기 전까지는 암수 구분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예전에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던 사람들은 수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무엇이 수나무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던 겁니다.

2011년에서야 DNA 분석을 통한 암수구분법이 개발되면서 비로소 은행나무의 암수구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때부터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기존의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 또한 2017년까지 은행나무 암나무를 해마다 300그루씩 수나무로 바꿔 심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현재 서울시내 가로수 29만 3,389그루 중 은행이 열리는 암나무는 3만 376그루로 약 10%에 달합니다. 

가로수 열 그루 중 한 그루에서는 냄새나는 은행열매가 열리는 거죠.

해마다 300그루씩 바꾼다 하더라도, 3만 그루를 다 바꾸려면 100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한 번에 막 1만 그루씩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은행나무 한 그루 교체하는 비용이 200만 원 정도입니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 기간은 어쩔 수 없이 은행 냄새와 함께 가을을 맞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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