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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F-X 기술이전 파문…"이제는 이실직고할 때"

[취재파일] KF-X 기술이전 파문…"이제는 이실직고할 때"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 KF-X에 적용될 핵심기술의 이전을 거부함에 따라 KF-X 개발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파다합니다. 군의 계획은 2025년까지 기동성은 KF-16을 능가하고 능동전자주사 즉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스텔스 형상의 쌍발 전투기를 완성한다는 것인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도 방위사업청은 아직도 “한번 해보겠다”며 도전의식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지난 달 24일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는 “2025년까지 개발을 장담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던 방위사업청이 은근슬쩍 “할 수 있다”는 근거 박약한 주장을 펼치려고 합니다.

2025년에 멋진 KF-X를 띄울 수 있기를 누군들 바라지 않겠습니까만 현실은, 역사는 부정적입니다. 플랜 A가 무너져 플랜 B와 플랜 C를 가동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지금까지 수많은 국산 무기를 개발하면서 기한을 준수해 본 사례가 없다는 것이 역사입니다. 방위사업청은 “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 사정에 맞는 개발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이실직고해야 할 때입니다. 미적거리다가는 KF-X의 완전한 비행은 점점 더 멀어질지도 모릅니다.
● ‘기한 준수’의 역사는 없다

프랑스의 샤를 드골급 항공모함은 1994년 진수됐고 2001년에 전력화됐습니다. 진수 7년 만입니다. 원래 일정은 1999년 전력화였는데 2000년으로 한번, 2001년으로 또 한번 연기됐습니다. 유럽의 전투기 라팔은 계획대로 1986년 최초 양산기가 나왔고 15년 뒤인 2001년 전력화됐습니다. 하지만 목표 성능에 미달해 아직도 성능개량이 진행중입니다.

기술 선진국이 이럴진대 방산 후발주자 우리나라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국산 전차 K2 흑표의 전력화 계획은 당초 2012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으로 2년 연기됐고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과 변속기 등의 복합체 파워팩은 독일제로 장착됐습니다. 독일 심장을 달고도 전력화 시점이 2년 늦어진 것입니다. 

다른 국산 무기들도 사정은 같습니다. 기한 맞춰 개발된 역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무기 기술의 총화라는 전투기는 대한민국 무기 개발사에서 최초로 기한에 맞춰 개발하겠다고 주장하면 믿을 이가 얼마나 될까요? 항공업계 관계자는 “특히 핵심기술을 개발하는데 기간을 정하는 법은 방산기술 선진국에도 없다”며 “무리한 국산화 욕심이 KF-X 계획을 망친다”고 지적했습니다.
● 플랜 A는 가고, 지금은 플랜 B와 플랜 C만…

AESA 레이더 등 4가지 핵심기술의 체계 통합을 위한 플랜 A는 미국의 기술 이전입니다. 플랜 A가 가동돼도 숨 가쁜 일정인데 플랜 A는 철회됐습니다. 플랜 B와 플랜 C 차례입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든지 새롭게 해외 기술이전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다른 기술은 몰라도 AESA 레이더의 체계 통합은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합니다. 외국의 기술을 제공받아야만 AESA 레이더 체계 통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방위사업청은 아직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지 가르마를 못 타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LIG 넥스원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기한과 성능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어떤 나라가 도와줘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나라가 없습니다.
방위사업청은 2025년엔 AESA 레이더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기계식 레이더를 장착한 KF-X를 먼저 내놓겠다고 하든지, 국산 AESA를 장착한다면 개발 기한을 늦춰야 한다고 이실직고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윗선’에는 “KF-X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허위 보고했고, 이제 와서 ‘고백’을 하면 책임추궁 당할테니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F-4와 F-5에 언제까지고 ‘공군 주력’이란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KF-X 만들어야 합니다. 매를 맞더라도 지금이 이실직고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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