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KF-X 기술 이전 파문의 시작 F-35, 어떻게 선정됐나

[취재파일] KF-X 기술 이전 파문의 시작 F-35, 어떻게 선정됐나
공군 차기 전투기 60대를 도입하기 위한 FX-3차 사업은 2012년 1월 30일 공고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세기도 벅찰 만큼 많았던 협상과 시험평가, 유찰, 재공고 등을 거쳐 2년 2개월 뒤인 2014년 3월 24일 군의 무기 도입 최고 결정기구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차기 전투기로 최종 선정했습니다. F-35A의 비싼 가격과 한정된 예산 때문에 도입 대수는 일단 40대로 줄었습니다.

몇 문장으로도 설명을 할 수 있는 과정이지만 2년 2개월 동안 해괴망측한 일들이 속출했습니다. F-35A를 위한, F-35A에 의한, F-35A의 사업이었습니다. F-35A를 떠받들고 모셔오는 사업이었는데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을 위한 밑천을 받아내 보겠다는 생각은 애초부터 잘못됐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까지 이끌어 낸 KF-X 기술이전 파문은 이미 그때 시작됐습니다.

● F-35A를 지키기 위한 방위사업청의 눈물겨운 투쟁

FX-3차 사업은 록히드 마틴의 F-35A와 보잉의 F-15SE, 그리고 에어버스(구 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3파전이었습니다. 사업 공고가 나기 전부터 F-35A가 차기 전투기 최종 기종에 선정될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습니다.

3개 업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2012년 6월 록히드 마틴과 에어버스의 서류 미비로 사업은 유찰되고 재공고 절차를 밟습니다. 2012년 7월 초 방위사업청은 제안서를 다시 제출받아 제안서 평가와 시험평가에 돌입합니다. 이때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시험평가를 하려면 우리 공군 조종사가 대상 기종을 타봐야 하는데 록히드 마틴은 F-35A의 탑승을 거부합니다. F-35A가 좋은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타보지도 않고 사라니... 록히드 마틴은 개발 중인 첨단 스텔스 전투기의 기술 유출 방지를 명목을 내걸고, 시뮬레이터 탑승만을 허용합니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F-35A가 단좌식이어서 조종사의 별도 훈련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평가기간이 길어진다”며 록히드 마틴을 두둔합니다.

노대래 당시 방위사업청장은 트위터를 통해 “일본과 이스라엘도 시뮬레이터로 F-35A를 평가한다”며 노골적으로 록히드 마틴의 편을 듭니다. 하지만 이 트위터는 자기 영토 안에서 직접 F-35를 제작할 일본, 이스라엘과 완제품을 받는 우리나라를 단순 평가한 것이라는 숱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취재파일] KF-X 기술 이전 파문의 시작 F-35, 어떻게 선정됐나
방위사업청은 F-35A 진면목의 일부라고 보겠다며 록히드 마틴에 원격계측을 요구합니다. 이때는 조금 단호했습니다. 원격계측을 거부하면 0점 처리한다고 엄포도 놓았으니까요. 그런데 록히드 마틴은 이 역시 거부합니다. 방위사업청은 록히드 마틴이 다치지 않을 만큼 감점하고 말았습니다.

우여곡절 시험평가 끝에 2013년 1월쯤 3개 기종 모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습니다. 2013년엔 끝없는 가격입찰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F-35A는 일반 상업 구매가 아니라 FMS 즉 대외 군사 판매란 방식으로 거래가 됩니다. 구매국 정부 대신 미국 정부가 무기 제조업체와 협상을 하는 방식입니다. 구매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업체와 합의한 가격을 군말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격협상은 FMS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격협상을 못하는데 가격입찰을 한다는 방위사업청의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비판한 언론 기사에 방위사업청은 제소로 답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위사업청의 청장 이하 모든 직원은 FMS가 뭔지 몰랐거나, 알면서도 국민들 눈치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FMS가 뭔지 모르면서 사업했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

● 뒤집어지는 평가 결과

노골적인 편파 판정에도 '재능 믿고 노력 안하는' 록히드 마틴은 F-15SE의 보잉에 고배를 마십니다. 예상을 뒤엎고 보잉이 우리 공군 차기 전투기 사업의 승자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삼일천하. 2013년 9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F-15SE 선정안을 부결하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립니다. 하늘이 두쪽 나도 F-35A를 사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한 달 뒤엔 공군이, 또 한 달 뒤엔 합참이 차기 전투기의 ROC 즉 작전요구성능에 스텔스를 집어넣어 대놓고 F-35A를 구매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그때부터는 경쟁은 사라지고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갑니다. F-35A 앞은 탄탄대로였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고대하고 고대했던' F-35A를 차기 전투기 최종 기종으로 선정했습니다. 가격이 비싸서 당초 60대 사려던 것을 40대로 줄였지만 어떤 이들은 마침내 ‘소원성취’를 했습니다.
[취재파일] KF-X 기술 이전 파문의 시작 F-35, 어떻게 선정됐나
애시당초 F-35A 외에는 눈에 안 들어오니 수의계약하자고 하면 될 것을 돌고 돌아 굴욕적인 속마음 다 들키고 F-35A로 귀의한 셈입니다. 그러잖아도 높은 콧대, 더 높아졌는데 록히드 마틴이 한국형 전투기 KF-X 개발을 도와줄 리 만무합니다. 공동생산도 아니고 완제품 40대 덜렁 사들이는데 기술이전 해줄 턱이 없습니다.  FX와 KF-X을 엮은 것 자체가 잘못입니다. 물론 방위사업청과 공군도 이런 속사정 잘 알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나서서 조사하면 어디까지 닿아서 무엇을 찾아낼지 모르겠습니다. 수상한 점이 발견되면 검찰로 넘길 것이란 말도 들립니다. 공정성이란 찾아 볼 수 없었던 FX-3차 사업의 배후가 진정 궁금했는데 이번에 밝혀내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27조 항공기 사업 '싹쓸이'…기술 이전 "안돼"
▶ 靑, 'KF-X 사업' 진상 조사…"보고 없었다"
▶ 록히드마틴만 "기술 이전 안 돼"…선정 의혹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