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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더 쓸쓸합니다" 복지의 경계에 선 사람들

"추석이 더 쓸쓸합니다" 복지의 경계에 선 사람들
지난 24일 오후 광주 한 영구임대아파트 A(63·여)씨 집에는 추석을 앞두고 어김없이 손님이 찾아왔다.

매년 추석이면 A씨에게 송편을 가져다 주는 복지센터 직원이었다.

A씨는 작은 상자에 담긴 송편에 손대기를 주저했다.

이번 추석에 찾아올지 모를 아들의 입에 하나라도 넣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아들은 A씨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다.

이날도 A씨는 자신을 찾아온 주민센터 직원에게 아들 이야기를 늘어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암과 싸우던 남편이 2007년 세상을 떠나고, 부모 도움 없는 서울살이 중에도 매월 생활비로 50만원을 부칠 만큼 효심 깊었던 아들이 어찌된 영문인지 연락을 끊으면서 A씨는 졸지에 홀로 사는 처지가 됐다.

지병에 우울증까지 찾아온 A씨는 병원비는커녕 한 달에 7만~8만원하는 아파트관리비조차 대기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아들에게 직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6수' 끝에 생활보장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A씨는 구청에서 지원하는 생계비, 병원비 등 70만원 남짓이 한 달 수입 전부다.

A씨는 그마저도 자신에게 소득활동이나 생활능력이 없고, 건강상태는 좋지 않으며, 아들과의 관계가 단절됐다는 사실을 꾸준히 증명해야만 이어갈 수 있다.

주민센터 사회복지사 B(50)씨는 10여년 만에 재회한 A씨로부터 밝고 쾌활했던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B씨는 가족으로부터 부양을 외면받은 A씨같은 이들을 '복지제도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또 핵가족화, 이혼율 증가, 경기불황으로 A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 가족의 부양기피로 생활보장심의위원회에 도움을 청한 이들은 모두 2천788가구로 1천97가구였던 2013년과 비교해 2.6배로 늘었다.

이들 대부분은 A씨처럼 몸이 아파 생활비를 벌 수 없지만, 연락 끊긴 자녀가 타지에서 돈벌이하고 있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광주 한 자치구에서 20여년째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B씨는 추석을 앞두고 돌봐야할 주민이 많지만 정작 그를 괴롭히는 업무는 따로 있다.

생활보장 수급자들의 전화통화내역, 금융거래내역 등을 살펴 구청이 모르는 경제적 도움이 있는지 찾아내는 일이다.

수급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현금으로 오가는 아르바이트 수입까지 추적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숨은 수입원을 찾아내면 해당 금액을 수급자로부터 추징하는 일 또한 사회복지사인 B씨가 맡은 임무다.

주어진 업무량 가운데 15% 정도가 생활보장심의를 통과한 수급자들의 가족관계와 수입원을 분석하는 일이라고 B씨는 토로했다.

B씨의 바람은 그 시간에 자신을 필요로하는 주민들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고, 생활보장심의제도를 몰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는 것이다.

광주의 한 복지공무원은 "일선 복지현장과 가장 가까운 주민센터지만 실질적 도움을 주는데 한계가 있다"며 "사무실에 메여 있는 사회복지공무원의 행정력 낭비를 줄이는 노력에서 복지국가냐 아니냐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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