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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제발 살려주세요"



24일 새벽 2시, 부산경찰청에 걸려온 전화 한 통. 부산 황령산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려왔다고 신고자는 말했습니다.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비 내리는 어두운 산속에 울려 퍼진 여자의 비명. 부산경찰청은 긴장했습니다.

흉악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부산 남부경찰서, 연제 경찰서, 부산진 경찰서에 연락해 약 70명을 긴급 출동시켰습니다.

비 내리는 횡령산을 수색한 지 3시간. 그러나 경찰은 아무런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횡령산에 도착했던 경찰관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초 출동 경찰관 : 여기 왔을 때 여자 4명이 있었는데… 잠시 뒤에 차를 타고 떠나더라고요.]

경찰은 순찰차에 찍힌 블랙박스 화면을 확인해 여성들이 탄 차 번호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차 번호를 근거로 여성들을 추적했습니다. 범죄 피해자일 수도 있으니까요.

경찰은 결국 차 주인인 이 모 씨(26세, 여성)와 친구들을 찾아냈습니다.

이 씨는 비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계속 캐묻자 친구 중 한 명인 김 모 씨(28세, 여성)가 사실대로 털어놨습니다.

취업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전 대학을 졸업한 김 씨는 아직도 취직을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늦은 밤 올라간 황령산에서 취업이 되게 해달라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른 겁니다.

"제발 취업 좀 되게 해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 소리를 듣고 근처를 지나던 대학생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대거 출동하게 된 겁니다.

[현대섭 경사/부산 남부경찰서 : 취업에 대한 간절한 기도가 너무 지나쳤던 것 같아요. 젊은이들의 취업에 대한 갈망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나 다행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살인 사건 피해자의 비명으로 착각할 만큼 취업하게 해달라는 젊은이들의 비명이 절박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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