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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야구 입시비리' 국감이 던진 메시지는?

[취재파일] '야구 입시비리' 국감이 던진 메시지는?
지난 2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야구 입시비리’ 관련 국정감사가 열렸습니다. 예상보다 너무나 짧은 13분 동안 진행된 ‘야구 입시비리’ 국정감사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국회의원 질의시간이 5분으로 제한돼 있으니 애초부터 깊이 있는 진상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큰 기대를 안고 취재에 임했던 기자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입시비리’가 국정감사에 올랐다는 자체만으로도 작지 않은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가합니다.

짧은 국감이었지만, 그 동안 SBS 취재파일을 통해 제기했던 ‘입시비리 의혹’들을 확인하고 공론화시켰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겠습니다. 특히 입시비리 피해를 입은 학부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돈이 없으면 대학 갈 수 없는 없는 ‘잘못된 관행‘을 공개적으로 고발한 것은 큰 성과였습니다.

‘야구 입시비리’ 국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설훈 국회의원이 주도했습니다. 설훈 의원은 박상희 대한야구협회장을 증인으로, 입시비리 피해 학부모를 참고인으로 불러 그 동안 보도됐던 각종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 [취재파일] "내 아들이 입시비리 피해자입니다"…애타는 父情

설훈 의원은 “야구특기생 수시모집 경쟁률이 거의 1대 1이다. 지원하면 합격한다는 건데, 비리가 일어났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고, “사전에 예정되지 않은 아이가 지원해서 합격을 하면, 대학 감독이 ‘포기하라’고 요구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비뚤어진 관행을 고발했습니다.

여기에 ‘입시비리 의혹’의 출발점인 ‘경기실적증명서 부정발급 의혹’도 거론했습니다. 설훈의원은 “경기실적증명서를 마음대로 만들었던 예가 하나 있다. 이걸 조작해서 입학한 경우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박상희 회장에게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습니다.

박상희 회장은 거의 모든 질문에 “예 알고 있습니다.” “들은 적 있습니다.”라고 인정하면서 “이제 취임 3개월 됐는데, 좀 바로잡으려고 대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라며 각오를 내비쳤습니다.

참고인으로 나온 학부모는 감정을 억누르며 차근차근 ‘잘못된 현실’들을 폭로했습니다. 설훈 의원과 학부모의 질의응답 부분은 녹취록으로 대체합니다.
@설훈 의원: 입시비리 학부모님이시죠? 야구로 대학 가려면 돈을 내야합니까?
@학부모: 네, 물론 내야합니다.

@설훈 의원: 제 말이 맞는지 한 번 보십시오. Y대 1억 원, H대 7천만 원, D대 5천만 원 정가가 존재한다는데, 인정하십니까?
@학부모: 정가인지는 모르나, Y대 같은 경우에는 1억에서 1억5천, H대는 7~8천만 원이라는 얘기는 야구시키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미 다 알려진 얘기고요, 더더구나 지방의 W대 같은 경우도 대학코치가 3천5백만 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합격한 학생이 등록을 포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 학생은 지금 재수하고 있습니다.

@설훈 의원: D대 지방캠퍼스 등록에 5천만 원 요구했었다는 얘기도 있었죠?
@학부모: 예 들은 바 있습니다.

@설훈: 실력으로는 대학 못 갑니까?
@학부모: 실력으로 가는 애들도 있지만, 대부분 사전에 고등학교 감독과 대학 감독, 브로커 사이에 2학년 말부터 3학년 초에 내정 이 됩니다. 감독의 연줄이 없으면 추천서를 못 받기 때문에 갈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설훈 의원: 수시모집에 합격하더라도 감독이 “등록을 포기해라” 그러면 포기합니까?
@학부모: 그런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설훈 의원: 감독에게 찍히면 대학 못갑니까?
@학부모: 감독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운동시키는 학부모 입장에서 어떤 경우도 감독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할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설훈 의원: 또 합격조건으로 고등학교 감독의 비리를 덮어 줄 것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죠?
@학부모: 네, 저도 들었습니다.

@설훈 의원: 명백한 입시비리네요.


참고인은 아니었지만 ‘재수하는 4할 타자’ 홍승우군의 아버지도 참관을 위해 국회를 찾았습니다. 승우군 아버지는 “최근 승우가 수시원서 접수를 했는데, 또 ‘합격하면 정말 야구할거냐?’고 묻더라.”면서 아직도 달라지지 않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짧은 국감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그래도 이번 국정감사의 성과가 작지 않은 것 같다.”면서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 [취재파일] '고교 4할 타자'를 재수생으로 만든 '입시 커넥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번 국정감사는 분명 변하지 않는 현실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껏 문제 삼으려 하지 않았던 ‘잘못된 입시 관행’을 도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이제 칼자루는 경찰에게 넘겨졌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입시비리’ 수사에 탄력이 붙길 기대합니다.

※ 에필로그

지난 8월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두 개의 메일을 끝으로 소개할까 합니다. 제가 입시비리 취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제목: 기자님 도와주세요] (수신: 2015년 8월 24일)

기자님 안녕하세요.  오늘 드래프트도 끝나고 이렇게 도움을 청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봤지만 아이 이름은 호명이 안 되었네요. 이제는 정정당당하게 대학입시를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헌대 아이는 학교에 다녀와서 저를 보면 나는 어디 가냐구  질문을 합니다.

누구누구는 어디 간다고 하는데 나는 어디 가냐구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요즘에는 거의 매일....... 안타까운 마음에 밤잠을 이루지 못 하고 있습니다.  해서 부탁드립니다.

올해입시는 철저히 성적으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시합 중에 부상을 입어도 고3이라 쉬지 못하고 열심히 노력한 아이입니다. 기자님 아이가 꿈을 버리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제목: 정말 답답합니다] (수신: 2015년 8월 26일)

올해부터 수시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한다지만 이미 자기들끼리 암암리에 모든진학이 결정된 상황이며 바뀐 제도를 믿고 있던 학생이나 학부모는 뒤늦게 대학을 알아보지만 이미 티오가 없다는 말 밖에 들을게 없더군요 이런 상황에 십년을 야구 해오던 학생은 이제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하고... 돈들여 수시원서 넣는 자체가 무의미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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