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대교 중간에 있는 노들섬에 육군 항공대 소속 시누크 헬기가 굉음과 함께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왔습니다. 헬기 프로펠러가 만들어내는 돌풍에 순식간에 돌 먼지와 함께 물보라까지 불어닥쳤습니다. 착륙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장비를 챙긴 뒤 서둘러 헬기에 올랐습니다.
군용 헬기는 의자를 천을 연결해 만들어 출렁이는데다 무엇보다 기체의 뒷문을 반쯤 열어둬 엄청 시끄러웠습니다. 기체의 요동도 심해 다들 얼굴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오는 10월2일 경북 문경에서 개막하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사전 취재를 가는 것인데,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 기자들외에 싱가포르와 중국, 미국 등 다른 나라 매체의 기자들도 여러 명 있었는데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습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말 그대로 군인들의 올림픽입니다. 대회도 4년마다 열리는데 이번이 6번째 대회입니다. 현역 군인들만 참가하고 24개 종목을 치릅니다. 19개 종목은 육상이나 수영 축구 등 일반 종목이고 5개 종목은 육군 5종, 해군 5종,공군 5종 등 군인들만을 위한 군인종목입니다.
육군 5종은 보병에게 가장 필요한 전투기술을 스포츠 종목으로 만든 것인데, 5000m 장애물 달리기와 300m 소총 사격, 수류탄 던지기, 장애물 수영 그리고 크로스 컨트리 이렇게 5종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수류탄 던지기도 정확하게 목표물 안에 던져넣는 '정밀 투척'과 멀리 던지는 '장거리 투척' 이렇게 두 종목을 치러 순위를 가린다고 설명을 해줬습니다. 육군 5종은 스포츠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한마디로 최고의 전투병을 뽑는 선발대회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내 체육관에 마련된 조직위 사무실에도 장교와 사병들로 붐볐습니다. 다른 대회의 경우에는 개막전에는 조직위 사무실에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는데 각 사무실 마다 많은 인력들이 대회 사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 우리 조직위원회의 가장 장점은 역시 인력입니다. 군대는 전투병도 있지만 전산, 통역, 운전, 의무 각종 병과가 있습니다. 선수단 통역과 숙박, 수송 등 대회 준비는 대부분 현역 군인들이 담당합니다. 군 특유의 지휘 체계와 빠른 대처로 수준도 웬만한 국제대회를 능가할 것 입니다" 라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인력도 인력이지만 알뜰한 대회 운영도 돋보였습니다. 특히 선수단이 묵을 선수촌은 새로 짓지 않고 인근 3사관학교와 학생 군산학교의 군시설을 대폭 활용했습니다. 또 문경에는 선수촌 아파트를 짓지 않고 이동식 숙소(카라반)도 350개 정도 설치를 했습니다.
국제군인체육대회는 원래 세계 1차대전 후 연합국 군인들 간 우호를 다지기 위해 체육대회를 연 데서 유래됐습니다. 당시는 농구와 축구, 수영 등 각 종목별로 경기를 치렀는데 미국과 소련이 팽팽히 맞선 동서 냉전 때는 한때 와해 되는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김상기 대회 조직위원장은 "선수 중에는 세계 신기록 보유자도 많다. 대회 준비도 잘되고 수준도 높은 편이다"며 "군인들만의 대회가 아닌 많은 국민 들이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같은 민족 간에 뼈아픈 전쟁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전 세계의 군인들이 잠시 총을 내려 놓고 그동안 갈고 닦은 체력과 기술을 스포츠를 통해 겨룬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일사불란하게 개최 준비를 하고 있는 문경대회가 전 세계 군인들이 계급장 다 떼고 벌이는 유쾌한 축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