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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문구 사라지지만…

"한 줄 서라는 얘기 아냐…뛰었다가는 제재 받을 수도"

[취재파일]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문구 사라지지만…
오늘 아침 전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 이용 하셨습니까? 어떻게 이용하셨는지요? 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으셨나요? 천천히 걸어 올라가셨나요? 시간에 쫓겨 후다닥 뛰어 올라 가시진 않았나요? ‘두 줄 서기’를 하자는 문구는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서도, 벽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지만,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원칙’이라는 ‘두 줄 서기’를 따르는 것이 오히려 민폐를 끼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만히 서 있다가, 시간에 쫓기는 뒷사람에게 방해를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이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사실상 중단됩니다. 그런데,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중단된다고 해서, 두 줄 서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이것은 또 아닙니다. 무슨 뜻일까요?

국민안전처는 ‘두 줄 서기’라는 문구 대신 ‘걷거나 뛰지 않기’라는 문구를 홍보하기로 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으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줄 서기’ 중단을  곧 ‘한 줄’ 서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 안전처의 설명입니다. ‘한 줄’로 서 있는 경우, 다른 한 줄로는 걸어 올라가거나, 뛰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말,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도 안 된다는 것일까요?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이는 권장 사항이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을 감안해 걸어 오르내리는 경우까지 제재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제재 대상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오르내리는 시민들입니다. 그 동안은 지하철 역사의 역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가 선택에 의해 에스컬레이터 이용 상황을 체크했지만, 이제는 의무적으로 체크해야합니다. 아침 시간 바쁘다고 뛰어 올라갔다가는 역사 내 방송을 통해 지적당할 수도 있습니다. 역무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뛰어 오르는 시민에게 경고 방송 할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아닙니다만) 이렇게 해서도 뛰어 오르내리는 행태가 근절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습니다.

걷거나 뛰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민 안전처는 걷거나 뛰다가 발생한 사고는 사고 조사 판정시 이용자 과실로 판정이 되기 때문에, 관리 주체가 피해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에스컬레이터에 가해지는 충격량이 걸어갈 때, 서 있을 때보다 5.6배, 뛰어갈 때는 20배에 달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전하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과한 제재가 아니냐는 불만이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8시 뉴스에 달린 댓글을 통해 한 네티즌은 출근길 바쁜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어제 전철역에서 만난 한 시민은 경고방송까지 하는 것은 과하고, CCTV 등으로 지켜본다면 인권 침해 소지가 있지 않냐고도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한 줄’ ‘두 줄’ 오락가락하다보니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실제 캠페인이 도입되더라도 한동안은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두 줄’ 서기 캠페인이 폐지된 이유를 살펴보면, 사실 당국이 혼란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보도자료에 덧붙이는 자료를 통해,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가 사고를 유발했다는 직접적인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고, ‘한 줄’ ‘두 줄’ 캠페인을 하는 외국의 사례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도입할 때 이런 조사도 없이, 성급하게 도입했음을 인정하는 셈입니다.

‘두 줄 서기’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7년, SBS 8시 뉴스에서는 도입 당시에도 혼란만 야기하는 캠페인 방식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있으나 마나' 두 줄 서기…8년 만에 '폐기'

이런 문제제기 속에 ‘한 줄 서기’라는 사회적 약속을 뒤집었는데, 다시 8년 만에 ‘두 줄 서기’라는 사회적 약속이 철회된 것이죠. 다음에는 또 어떻게 하라고 할지, 시민 입장에서는 의문이 들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어제 각 매체에서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중단된다는 기사를 봤는데, 지하철역에서 여전히 ‘두 줄 서기’ 캠페인 포스터와 스티커를 보신다면 혼란스러우실 것입니다. 국민 안전처는 일단, 이달 중으로 관계부처와 서울메트로 등 관련 운영기관에 이용자 안전수칙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걷거나 뛰지 않기’ 수칙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안내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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