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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잠수함 대응 전력' 투자 늘린다더니…

[취재파일] '北 잠수함 대응 전력' 투자 늘린다더니…
지난 달 북한의 포격도발과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으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자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잠수함들을 대거 움직였습니다. 북한의 각급 잠수함 70여 척 가운데 70%에 달하는 50여 척이 기지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숨어버린 북한 잠수함을 찾느라 혼쭐났습니다.

다시 한번 북한 잠수함의 위력을 인정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달 27일 북한 잠수함에 대응할 전력을 증강해야 한다며 국방비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장 내년 예산에 대잠 전력 증강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말인데 좀 수상했습니다. 이달 초 국회에 내년 예산안을 제출할 때까지 열흘 남짓 기간 동안 무슨 수로 대잠 전력 강화 계획을 세우고 예산안을 짠단 말입니까. 확인해 봤습니다.

● 3건, 145억 편성

예산을 태우기는 태웠습니다. 3건, 145억 원입니다. 먼저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장보고-3 사업 신규 예산 95억 원입니다. 국산 3,000톤급 잠수함을 만드는 2차 사업, 그러니까 3,000톤급 잠수함 4~6번함을 위한 예산입니다. 95억 원은 3,000톤급 4~6번함의 설계비로 알려졌습니다.

잠수함 잡는 것이 잠수함이라고, 좋은 잠수함을 만들면 북한 잠수함을 견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3,000톤급 잠수함을 개발하는 장보고-3 사업은 우리 해군의 기존 사업입니다. 2020년대에 9척을 만들기로 계획하고 열심히 짓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이 아닙니다.

두 번째 증액 예산은 KDX-1 성능개량 30억 원입니다. 한국형 구축함 광개토대왕함과 을지문덕함의 성능개량 비용입니다. 광개토대왕함은 지난 96년, 을지문덕함은 지난 97년 진수된 노후 함정이어서 손을 보는 데 드는 예산입니다. 함정의 컴퓨터가 486급이라고 국정감사에서 몇 차례 지적받은 적도 있고 해서 컴퓨터도 업그레이드하고 소나(SONAR)도 신형으로 바꾸게 됩니다.

세 번째 증액 예산은 광개토-3사업의 소나 개량 20억 원입니다. 이지스 구축함의 소나를 개량하는 사업입니다. 소나를 신형으로 개선하면 잠수함 탐지 능력이 나아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긴 합니다만 정부와 여당이 마음 먹고 대잠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결과가 이 것이라면 좀 많이 약합니다.

그리고 위 3가지 항목 모두, 해군이 익히 정부에 요구한 예산들입니다. 정부가 먼저 대잠 전력 증강하라고 내놓은 예산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나마 해군이 요구한 예산은 기재부가 책정한 145억 원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기재부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지 않고 일부라도 살려줬으니 대잠 예산을 증액한 것일까요?

● '대잠 국방비 투자'는 사실상 허언(虛言)

지난 달 27일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대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비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대단한 대잠 전력이 도입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해군이 기존 함정의 성능을 개량하겠다고, 또 3,000톤급 잠수함 설계하겠다며 달라고 한 예산의 일부를 승인해주는데 그쳤습니다.
싱거울 따름입니다. 북한 잠수함의 위력을 맛 봤다고 허둥지둥 대잠 전력을 들여놔서도 안되겠지만, 정부가 허언(虛言)을 하는 것도 안 될 일입니다. 당장은 국민들 안심시켰을지 모르지만 지금 와서 보니 국민들이 안심할 일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북한 잠수함 부대가 비웃을 일입니다. 북한 잠수함에 맞서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에 돈 헤아리는 것이 순서인데 이번엔 말이 너무 앞서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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