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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감에 오르는 '입시비리'…기대반 우려반

[취재파일] 국감에 오르는 '입시비리'…기대반 우려반
‘야구 입시비리 문제’가 오는 22일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파헤쳐질 예정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SBS 취재파일을 통해 ‘입시비리’ 문제를 제기해 오는 동안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 왔던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국회의원이 앞장섰습니다.

▶ [취재파일]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야구협회가 침묵하는 이유
▶ [취재파일플러스] 커지는 '야구계 입시비리' 의혹

설훈 의원은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야구선수가 돈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비리가 만연하다”며 대학의 실명과 구체적인 액수까지 폭로하면서 비뚤어진 입시 관행을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입시비리’를 취재해 왔던 기자는 물론 많은 학부모들이 이번 국정감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돈이 아니라 실력’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너무나 상식적인 세상’을 염원하면서 말이죠.
 
이번 ‘입시비리’ 국정감사의 초점은 ‘규정을 어기고 발급된 경기실적증명서‘로 모아집니다. 대한야구협회의 전 사무국장이 지난해 9월 경기실적증명서 발급규정(1이닝 또는 3타석 이상)에 미달하는 선수 2명에게 ’왕중왕전’ 출전 기록을 추가해 발급해 주면서 대학 입학을 도왔다는 내용입니다. 분명히 배후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입시비리 의혹 사건’입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3월 31일 전 사무국장을 ‘업무방해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했고, 현재 수서경찰서에서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협회 내부의 알력 다툼’으로 축소 수사해 오다가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면서 제보가 잇따르자 서서히 수사를 확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입니다.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입시비리 수사’에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국정감사의 증인 채택 과정을 보면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설훈 의원은 당초 박상희 야구협회장과 ‘의혹의 장본인’인 전 사무국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간사 측에서 “증인을 한 명만 해 달라”는 요청이 왔고, 고민 끝에 박상희 회장만 증인으로 신청해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치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같은 당의 A의원 측에서 대한야구협회의 전직 전무였던 Y모 이사를 증인으로 추가했습니다. Y 이사는 ‘입시비리’ 관련해 전 사무국장을 고발했던 인사입니다. 한 마디로 ‘입시비리’를 고발한 Y이사가 입시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사무국장 대신 증인으로 채택된 겁니다. Y이사는 전 사무국장의 지원을 받은 박상희 회장 취임 이후 곧바로 보직 해임됐습니다. 한 야구인은 Y이사의 증인 채택에 대해 “A의원과 전 사무국장의 오래된 친분이 작용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정말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Y이사는 전 사무국장으로부터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인데, 자칫 국정감사의 본질이 흐려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규정이 미비하다”는 전 사무국장의 주장으로 물고 늘어지거나 Y전무의 동반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 초점이 흐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A의원 측은 “Y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한 건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보기 위해서다. 전 사무국장이 증인에서 빠진 건 정말 몰랐다. A의원과 전 사무국장의 친분이 있는 건 맞지만 이번 증인 채택과는 관련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해명이 좀 빈약합니다. 설훈 의원측은 증인 채택 직전에 '입시비리‘를 취재해온 저에게 많은 자료와 정보를 얻어갔고,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의원은 그 동안 단 한 번의 관심도 표명한 적이 없었고, 증인 채택과 관련해 저는 물론 같은 당의 설훈 의원 측과 협의도 없었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Y이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전 사무국장이 증인에서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양쪽 의견을 듣겠다“던 A의원의 취지도 무색해 졌습니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3세역을 맡은 유아인의 명대사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조정래씨의 소설 ‘정글만리’에서 ‘비리가 만연한 중국사회’를 단적으로 꼬집는 문장으로 먼저 화제가 됐습니다. 이 말은 ‘한국 야구의 입시 문화’에도 적용될 듯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야구의 입시 비리 문화’는 누구도 문제 삼지 않으려했습니다. 입시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저 몇몇 개인의 비리로 여겨졌고, 지나면 잊혀 졌습니다.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문제를 삼아야 합니다. 이번 국정감사가 짊어진 책임은 그래서 막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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