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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이 아이만은 모욕하지 마세요



"si pres du but…" (거의 다 왔는데…)

이런 글귀 아래 쓰러져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 뒤로 보이는 맥도날드 간판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습니다.

"2 menus enfant pour le prix d'un" (햄버거 2개를 1개 가격에)

지난 2일, 프랑스의 한 풍자 주간지가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에일란 쿠르디를 소재로 게재한 만평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유럽에 가려고 했던 이유가 마치 햄버거를 먹고 싶었기 때문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같은 호에 실린 '유럽이 기독교라는 증거'라는 만화는 풍자의 정도가 더 심합니다.

"크리스천은 물 위를 걷는다"라는 말풍선과 함께 가시 면류관을 쓴 남자가 물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엔 아이가 거꾸로 처박혀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무슬림 아이들은 가라앉는다"라는 문장, 여러분은 이 만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이 만화를 게재한 매체는 '샤를리 에브도'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슬람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한 만화 등 무슬림을 풍자한 만평을 연재했다가 지난 1월 테러를 당한 그 매체입니다.

당시 많은 사람이 '샤를리 에브도'의 비극을 함께 슬퍼하며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며 "Je suis Charlie(나는 샤를리다.)"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가 함께 애도한 세 살배기 난민 아이의 죽음을 소재로 한 이번 만화는 갑론을박을 불러왔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테러나, 정부의 규제에는 반대하지만 이번 만화같이 반인도주의적이고 반윤리적인 풍자에 대해선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물론 '샤를리 에브도'의 만화 자체가 역설적으로 서유럽 문화의 상업주의와 가식을 풍자한 것이라고 옹호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퀼리엄 마지드 나와즈/영국 대테러 정책연구소 : 맥도날드의 이미지는 인류적 비극에 대한 유럽인들의 비정한 상업주의를 비난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물 위를 걷고 무슬림은 가라앉는 모습을 통해 유럽인들의 모순된 기독교적 '사랑'을 드러내려는 만화다.]

그러나, 그래도, 유럽의 허위의식을 비웃기 위해 세 살배기 난민의 비극과 그 이미지를 굳이 이용했어야 할까요?

표현의 자유와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만평입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정순천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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