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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봄여름가을겨울' 30년 우정…"브라보 마이 전태관!"

[취재파일] '봄여름가을겨울' 30년 우정…"브라보 마이 전태관!"
김종진 씨가 회사를 찾았다. 보통 매니저나 코디를 동반하고 오는데, 김종진 씨는 검은색 배낭하나 메고 편안한 차림으로 혼자 왔다. 당초 섭외할 때 반쪽 전태관 씨도 함께 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김종진, 전태관. 이 둘의 만남은 지난 86년 결성된 5인조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부터다. 그래서 올해가 30년이 된다.

긴 세월동안 둘은 한번도 헤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어떤 이의 꿈' '브라보 마이 라이프'등 주옥같은 명곡을 들려주며 한국 대중음악의 자존심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 전태관 씨는 많이 아프다. 지난 3월 김종진 씨는 친구의 쾌유를 기원하기 위해 아들과 산티아고를 순례하고 왔다. 친구를 낫게 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하고 돌아왔다.

나이트라인 초대석 인터뷰에서 김종진 씨는 진심이 담긴, 편안한 태도로 내내 함께 했다. 하지만 한쪽에 허전함은 지울 수 없는 것 같았다. 인터뷰 말미 "전태관 씨가 드럼을 연주하며 함께 하는 무대를 기대한다"는 말에 두 손을 모으고 감탄사를 보냈다. 그리고 곧 눈가가 촉촉해 졌다.

다음은 지난 14일 나이트라인 초대석 인터뷰 내용입니다.

Q : 제가 두분을 소개했는데 오늘은 반쪽이 안 계세요. 전태관 씨 근황부터 말씀해주시죠.

-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지금 전태관 씨가 암의 공격을 받아서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와 둘이 같이 공격을 했다면 지금은 이제 전태관 씨는 수비수로. 저도 잘 몰랐는데 여기저기 옮겨다니면서 공격을 하네요. 그러면 이제 그 공격을 멋지게 받아내고, 하는 힘겨운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친구 입장에서 매일매일이 찡하네요.

Q : 저도 쾌유를 빌겠습니다. 그리고 전태관 씨 쾌유를 위해서 올봄에 산티아고를 다녀오셨다고 하는데 그 얘기도 좀 (해주시죠).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 산티아고의 긴 길을 걷고 나서 어떤 교회가 있는데, 거기에 가서 손을 대고 기도를 하면 기도를 들어준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한 1천 킬로미터를 걸었어요. 갔더니 공사 중이라서 그 기둥에 손을 못 댔어요. 그런데 진심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고 벽을 아무 데나 대고 그냥 열심히 빌었습니다.

Q : 그 정성에 곧 나으리라고 믿습니다. 처음에 고 김현식 씨의 '봄여름가을겨울'로 시작했죠? 벌써 30년이 됐는데 실감이 나십니까? 두 분이 줄 곧 함께 해 왔죠?

- 세월이 그렇게 빠르네요. 제가 굉장히 뮤지션으로서 좀 괴팍하거든요. 그런데 전태관 씨가 참 저를 잘 버텨준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전태관 씨한테 참 감사할 따름이에요.
Q : 그리고 1991년도죠, '한국 최초 라이브 음반' 발표. 라이브 음반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 아무래도 저희가 연주자 출신이잖아요. 기타리스트 그리고 전태관 씨는 드러머로 시작했으니까 무대 위에서 연주를 하고 그러는 것이 우리를 표현하는 중심에 있다고 생각을 해서요.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들은 완벽하지만 생생함은 좀 떨어지거든요.

Q : 그리고 얼마 전에, 6월인가요?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셨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기술이 접목됐다고 하던데 자랑 좀 해주시죠.

-  '애트모스'라는 기술인데요. 스피커가 위에도 붙어서 위에서부터 소리가 나오는 3D 음향 같은 건데요, 원래는 극장에서 영화로 들으면 정말 화살이 '휙' 하고 날아가는 것을 느낄 정도로 놀라운 음향인데, 그걸 듣고 나서 '아, 음악도 이렇게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더더욱 라이브 앨범을 그렇게 만들면 정말 집에서도 그냥 눈만 감으면 라이브홀 같은 느낌이 들겠다 싶어서 (현장의 느낌이 그대로 나는…) 그래서 그 기술을 접목했어요.

Q : 봄여름가을겨울 하면 '어떤 이의 꿈'도 있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있고 정말 주옥 같은 곡이 많은데, 그래도 제일 아끼는 곡이 있다면, 다 사랑스럽겠지만 어떻습니까?

- 브라보 마이 라이프요, 많은 분들이 정말 힘들 때 그 노래를 듣고 기운을 얻었다, 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그 전까지는 주로 나를 위해서, 내 기쁨을 위해서 음악을 했다면 그 이후에 '아, 음악과의 인생이 나를 위한 게 아니었구나. 사람들을 위해서 나를 바치는 거였구나', 그런 걸 깨닫게 만들어준 곡이어서요.

Q : 30년이 지난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 인생을 한 마디로 딱 하긴 힘들겠지만,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까?

- 얼마 전에 SNS에 누가 이런 글을 적었어요. '음악밖에 모르는 형님들,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들'. 정말 30년을 음악밖에 모르고 살았네요. 그런데 바보로 살았어도 그 한길만 바라보고 살았던 게 그렇게 행복해요.

Q : 끝으로 봄여름가을겨울 이제 30년이지만 40년, 50년 계속 활동하리라 저는 믿는데, 아끼는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 앞으로도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로 살겠습니다. 여러분이 지켜주시고요, 저희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틀림없이 머지않아서 전태관 씨가 뒤에서 드럼을 치는 멋진 무대를 기대하고 또 쾌유도 기원하겠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이트라인 - 배재학의 0시 인터뷰] '봄여름가을겨울' 30년 우정과 음악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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