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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의 경제 위기 VS 중국발 경제 위기

[취재파일] 중국의 경제 위기 VS 중국발 경제 위기
거품은 꺼지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언제 꺼질 것이냐는 거죠. 이미 거품이 꺼졌다면 왜 하필 그때 꺼졌느냐가 우리의 관심사가 될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 경제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중국 경제가 현재 ‘그때’를 지나고 있는 것이죠.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잘 나간다던 중국 경제는 왜 지금 위기를 맞이한 걸까요?

중국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예측이었습니다. 어느 국가든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과거와 같은 속도로 계속 성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10에서 11로 가는 것과 1,000에서 1,100로 가는 것은 같은 10% 성장이지만, 차원이 다른 문제죠.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경제 규모는 세계 2위, 세계 경제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규모가 커졌습니다.

때문에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왜 중국 경기가 둔화됐느냐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 최근에 중국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느냐가 더 의미 있는 질문이 될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경제 연구소의 보고서, 외신, 경제관련 도서 등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올해 중국 경제 3번의 변곡점

①6월 12일…증시 거품 인정

올해 6월 12일까지 중국 증시에는 광풍이 불었습니다. 주가는 불과 1년 전보다 2.5배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불안감은 있었습니다. 제도권 금융이 아닌 곳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소위 그림자 금융의 비중이 커지고 있었고, 상장회사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빨리 뛰었기 때문입니다. 투기가 있다는 반증이었죠.

하지만, 중국 금융 당국은 이런 우려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올 3월, 중국 증권 감독당국 대변인은 “주가 상승은 필연적이며, 합리적이다”고 까지 이야기하기도 했죠. 하지만, 주부와 10대들까지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을 중국 감독 당국도 계속해서 외면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주가가 5,166으로 최고점을 찍은 6월 12일, 중국 증권감독위원회는 마진거래와 공매도 규모를 순자본의 4배로 제한하는 규칙 초안을 발표합니다. 가진 돈의 4배 정도까지만 투자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부분 투기를 허용하는 수준의 조치였는데도 이날 이후 중국 주가는 40% 가까이 빠집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동요가 주가 폭락의 주요 이유로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조치와 주가 하락은 중국 증시에 엄청난 거품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 집니다.

②7월 15일 경제 성장률 발표…신뢰의 위기

6월 12일 이후 중국 증시는 끊임없이 추락합니다. 상장 회사의 절반 가까이가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죠. 중국 당국도 놀랐던 것 같습니다. 거품을 잡겠다는 것이었지만, 시장이 이 정도로 동요할지는 몰랐기 때문이겠죠. 이제는 추락하는 주가를 받치기 위해 공기업 등에 돈을 풀어 자사주 매입을 하게하고, 신규 상장을 중지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증시 폭락을 계속됐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7월 15일, 2분기 경제 성장률을 발표합니다. 7%.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로 설정한 7%와 같은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해외 언론이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중국 당국이 경제 성장률을 부풀렸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리커창 총리가 당서기 시절 경제성장률을 더 정확히 추계할 수 있다며 제시한 방법(전력 사용량, 물동량 등)으로 측정한 결과,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4%~5% 수준으로 중국 당국이 발표한 7%와는 격차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민간 연구소는 실제 중국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은 3%~4% 수준이라고까지 추정합니다. 중국이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수치를 조작했다는 그럴듯한 이유까지 제시됩니다.

사실 중국 통계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중국 영토가 워낙 넓어서 정확한 수치 측정이 어렵고, 지방 정부들의 수치 부풀리기 관행은 과거부터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증시 폭락 등 경제 상황이 안 좋다보니 과거부터 내려온 관행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됩니다. 이제 중국 당국이 뭐라고 이야기해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게 된 겁니다. 어찌되었든 중국의 실제 경제성률이 중국 당국이 발표한 것보다 저조하다는 시각이 일반화되면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집니다.

③8월 11일, 위안화 평가 절하…의도와 다른 시장의 해석

중국 정부는 8월 11일, 위안화 가치를 평가 절하합니다. 3일 정도 진행된 평가 절하로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4.6% 정도 가치가 떨어집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의 이유로 2가지가 제기됩니다. 하나는 수출 확대를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입니다. 전통적인 시각입니다. 중국의 7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9% 가까이 감소하고, 공장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보니 수출 증대를 위한 대책이 필요했고, 그 대책으로 위안화를 평가 절하했다는 시각입니다.

또, 하나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는 주장입니다. 위안화 국제화의 관건은 IMF의 특별 인출권(SDR)에 위안화가 포함되느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IMF가 공인하는 국제통용 통화에 위안화가 포함되느냐는 것이죠. (현재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영국의 파운드, 일본의 엔 등 4개 통화가 SDR을 위한 통화에 포함됩니다.) 국제통용 통화에 포함되면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와 함께 필요하면 돈을 찍어내면 되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위안화의 SDR 포함 여부는 올해 말쯤 결정됩니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IMF는 중국의 조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 놓았습니다. IMF 등은 위안화가 고평가 돼 시장 환율과 괴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중국의 조치가 시장 환율과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정부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 축소, 환율의 자율적 결정 등은 위안화의 SDR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평가 절하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IMF의 환영 입장을 주된 논거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유야 어찌되었든 중국의 조치가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중국 경제가 어렵다고 읽히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이제 환율도 낮췄으니 수출이 증가해 경제가 좋아질 거야’라고 사람들이 판단해 줬으면 좋을 텐데, 시장은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환율을 낮춰야 할 정도로 경제가 정말 어렵긴 어렵구나’라는 확신을 주고 있는 거죠. 중국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됩니다.

● 중국‘발’ 경제위기 VS 중국‘의’ 경제위기

앞선 과정을 거쳐 온 경제 위기에 중국 정부는 이자율을 낮추고,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돈을 푸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반등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위기’라는 두 글자가 증권가와 시장을 배회하고 있죠.

하지만, 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위기 혹은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낮다고 봅니다. 우선, 폭락하고 있는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전체 자금의 약 1.5%, 채권 시장을 합쳐도 10% 이하이기 때문에 외국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큰 영향이 없다는 겁니다. 3조 6천억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도 이런 주장의 든든한 배경입니다.

또, 중국 경제에서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과 달리 주식 투자하는 사람의 비중이 전체 국민의 7% 이하이다 보니 주식 폭락으로 인한 소비 부진의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도 주요 논거 중의 하나입니다.

덧붙여 중국 대부분의 은행은 국책은행이라서 정부가 통제하기가 용이하고, 중국 정부는 인프라 투자 등 확대 재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할 여력도 충분히 있다고 해외 언론 등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금 상승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6% 수준은 달성할 것이라며, 이 정도면 현재와 같은 정도의 실업률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률 6%가 경착륙이나 연착륙이냐 이야기 하고 있지만, 6%라는 수치도 엄청난 것이라는 거죠.

● 중국‘발’ 경제 위기…우리나라는 준비가 되어 있나?

때문에 해외 언론 및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위기와 중국발 경제 위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문제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다른 국가들이 피해를 입는 중국발 경제 위기라는 겁니다.

이런 주장은 이미 표면화되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로 세계 1위의 원자재 수입국이었던 중국의 원자재 수입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중국에 원유, 철광석 등 천연자원을 주로 수출하면서 호황을 누렸던 국가들은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호주,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대 중국 천연자원 수출이 무역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국가들은 이미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특히, 브라질 국채는 투기등급으로 전락했습니다. 중국이 재채기하면,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겁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8월 수출액이 전년대비 15% 가까이 감소했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주된 이유로는 역시 중국의 경기 둔화가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중국발 경제 위기 여파의 예외일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아니 중국 경제에 대한 무역 의존성, 그리고 중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는  국가들과의 무역비중을 생각해 볼 때 다른 어느 국가보다 중국발 경제 위기의 여파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한국의 대 중국 수출 의존도는 약 30%. 중국 경제에 민감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 비중 25% 정도까지 더 하면 중국 경기 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 범위는 50%를 훌쩍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을까요?

지난달 12일,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수출이 증가하면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중국은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 수출하는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내용입니다.

● ‘차이나 인사이드’, ‘뉴 노멀’ 준비한 중국

현재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품 중 중간재가 상당 부분 차지하는 것은 맞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73% 정도를 차지하고 있죠. 문제는 중국이 중간재에 대한 자급률 증가 목표로 하는 일명 ‘차이나 인사이드’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결과 중국 수출 증가가 우리나라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실제, 최 부총리가 지적한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은 2005년 41.5%에서 2014년 26.8%로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 중국 중간재 수출 증가율은 2000년~2008년 20.9%, 2009~2013년 14.2%, 지난해 0.7%로 둔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매년 0.5%씩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며, 자급률이 1%p 상승하면 한국의 GDP가 0.5%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완제품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우리 제품의 종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인한 중국의 수출 증가는 우리 중간재 수출을 단기적으로 증가시킬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 우리 제품의 중국 제품 대비 가격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수출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중간재 수출은 더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어쩌면 중국은 현재 상황을 오래부터 준비해 왔는지도 모릅니다. ‘뉴 노멀’, ‘신창타이’ 등으로 불리는 개혁 조치들은 사실 7% 내외의 중성장을 전제로 내수 위주로 산업 구조로 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수출 중심의 고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미리 대비한 거죠.

우리나라는 얼마나 준비를 했을까요? 수출이 어려우면 내수라도 받쳐줘야 할 텐데, 최저임금은 몇 년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입니다. 우리 정부는 생애 소득 감소는 확실하고, 고용확대는 미지수인 노동개혁에 올인하고 있죠.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에 대응해 우리 무역 구조도 변화시켜야 할 텐데 아직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우리 중간재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러다 정말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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