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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뒤흔든 청년들 'SEALDs 쉴즈'…"I say 아베, You say 물러나"

[월드리포트] 日 뒤흔든 청년들 'SEALDs 쉴즈'…"I say 아베, You say 물러나"
SEALDs 쉴즈. 요즘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청년들입니다. 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학생긴급행동'을 줄여서 쉴즈라 부르고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 관련 안보법제 반대 시위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공식 발족했는데, 7월부터 젊은 시위대로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해 지금은 반전시위의 상징이 됐습니다. 지난 8월 30일, 12만 명이 모인 일본 국회앞 시위에서도 가장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집회 취재를 하던 저도 깜짝 놀랐는데, 시위 참석자들 상당수가 주최측의 공식 무대가 아닌 쉴즈를 향해 몰려들 정도였습니다.

▲ 8월 30일 일본 국회포위시위 맨 앞의 쉴즈 학생들,
집회 참석자들이 쉴즈를 향해 모여들었습니다.

안보법제를 '전쟁가능법안'으로 부르는 중도 좌파는 열광하고 있고, 당연히 우파는 전면부정입니다. 쉴즈에 대한 찬반 논란과 실체(?)는 조금 뒤에 다루기로 하고, 찬반을 떠나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쉴즈의 특징과 매력이 있습니다.

첫째는 집회 운영방식이 세련됐다는 겁니다.

무겁고 재미없는 그들만의 정치 집회가 아니라, 마치 가수들의 공연을 보는 듯합니다. 구호도 랩 리듬입니다. "I say 아베!, You say 야메로(물러나라)! 아베 야메로, 아베 야메로" 이런 떼창(?)이 쉴새없이 이어집니다. "국민! 얕보지마!"라는 구호도 항상 등장합니다.

 

둘째, SNS를 활용한 홍보활동이 탁월합니다.

젊은층이 익숙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 일정을 알리고 참여를 호소하는데, 기존 정당이나 정치집단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왕성하고 열정적입니다. 쉴즈는 집회 현장팀, 디자인팀, 집회를 촬영해 SNS를 통해 전파하는 홍보팀 등 10개 정도의 팀으로 나눠져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셋째, 메시지가 쉽고 간결하고 젊은층에 친숙하다는 점입니다. 쉴즈의 연설 한토막입니다.

"전쟁을 일으켜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누가 이득을 봅니까? 우리 국민은 희생될 뿐입니다. 중국이 자꾸 전쟁을 걸어오는 것 같다고 한다면 또 한국과의 외교관계가 순탄치 않아서 걱정이라면, 우리 청년들이 한국, 중국 사람과 대화하고 함께 놀고, 술 마시고, 사이좋게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억지력(抑止力)이 되겠습니다. 억지력에는 군사력이 아닌, 끈끈한 인연이 필요합니다."

어떻습니까? 정치적 수사나 논리적 분석보다는 다소 순진하다(?) 싶을 정도로 쉽고 감성적이지 않습니까?

자민당 소속 정치인들이 섣부르게 쉴즈에 시비를 걸었다가 혼이 났습니다. 지난 7월 자민당 중의원인 무토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전쟁에 나가기 싫다는 주장은 자기중심적, 극단적 이기주의다. 전후세대 교육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때를 맞춘 듯 무토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이 마이니치 신문 등을 통해 폭로됐고, 무토 의원은 자민당을 탈당한 것은 물론 각종 추문(19살 남성과 성매매 의혹, 무토 의원은 남자입니다.)이 이어지면서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났습니다.

또 한 지방의원은 "쉴즈 활동을 하면 취업에 불리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역시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흔히 네트우익으로 불리는 극우성향 네티즌들이 근거없이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는 식의 주장을 했다가, 역시 본전도 못찾고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일본 우파의 돌격대 격인 산케이 신문은 조금 세련된 방법으로 쉴즈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세련되고, 쉽고, 열정적인 것은 맞는데 내용이 없다. 보잘 것 없는 논리에 방향도 틀렸다고 점잖게 비판합니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환영하고 긍정적이라는 칭찬을 곁들이면서, 논리 빈약에 정치적 효과가 없어서 안타깝다고 걱정(?)하듯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반면 중도 좌파 진영은 '절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아사히, 마이니치, 도쿄신문 등에서는, 일본 젊은이들에게서 미래를 발견했다는 식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공산당을 비롯한 일본 야당들도 쉴즈를 끌어안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때문에 쉴즈의 실체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일단 쉴즈의 기원은 2014년 2월 1일 발족한 SASPL(Students Against Secret Protection Law) '특정비밀보호법에 반대하는 학생들'에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외교, 국방에 관한 주요 정보를 특정비밀로 정해서 이를 누설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 특정비밀보호법인데, 이를 빌미로 정보통제와 개인사찰이 강화할 수 있다는 반발이 강했습니다. 아베 정부가 2013년 12월 특정비밀보호법을 참의원에서 강행처리하자 SASPL이 결성됐습니다.

▲ 쉴즈 홈페이지
 
아베정권의 밀어붙이기식 정국운영과 이른바 전쟁가능법안에 대한 우려 속에, 올해 5월 3일 SASPL을 계승하는 형식으로 쉴즈가 발족했습니다. 6월에 첫 집회를 가진 뒤부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반전시위의 상징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쉴즈에 대해 처음에는 공산당 계열 학생운동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현재 평가는 조금 다릅니다. 공산당 기관지인 '적기(赤旗)'가 쉴즈 활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일부 회원들이 겹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본질적으로 무당파 성향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산케이 신문이 전한 공안(일본 국정원 격)의 평가도 "공산당이 조언을 하고, 일부 참가하는 것은 맞지만 쉴즈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무당파다" 입니다.

회원들도 꼭 대학생만 있는 건 아닙니다. 10대 고등학생들도 있고, 재수생, 취업준비 중인 20대 젊은이들까지 다양합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 광범하게 걸쳐 있고, 실제 회원 수는 몇 백명 수준인데 SNS를 통한 자발적인 지지 동조가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좌파 청년단체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좌파 학생단체 스스로가 쉴즈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급진좌파 학생운동 단체인 중핵파(中核派)는 "쉴즈는 해악이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전후체제, 평화헌법 체제를 극복하는 게 아니라 옹호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쉴즈는 결국 기존 정치권에 수렴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일본 진짜(?) 좌파들의 비판입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쉴즈를 좌파 청년들이라고 공격하거나 폄하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으로 보입니다.

 ▲ 안보법제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가장 규모가 컸던 8월 30일 모습.
주최측은 12만 명으로 추산

 
쉴즈의 등장과 파괴력은 한국에서도 꽤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던 '전자 민주주의' '인터넷 민주주의' 차원에서 곱씹어 볼 부분도 많은 듯합니다. 정치적 무관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일본 젊은층에서, 정치 사회적 이슈가 이렇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합니다. 진영논리의 확장 강화가 아니라, 무당파의 자발적 참여가 포인트겠죠.

아베 총리는 오는 16일 참의원 특위에서 '안보법제 처리'를 예고했습니다. 늦어도 18일까지는 국회 입법화를 마무리짓겠다는 방침입니다. 일본 야당들이 '내각 불신임안'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강행처리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결국 안보법제를 전쟁가능법안이라며 반발하는 시민사회와 한판 대결이 불가피합니다.

과연 일본의 민주주의가 '국회 안 다수결'에 있는지 아니면 '국회 밖 민심'에 있는 것인지. 쉴즈와 젊은층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점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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