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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시각 장애인 작가의 '사진 찍는 법'

가끔 8시 뉴스 말미에 보면 취재기자의 목소리는 하나도 담겨 있지 않은 카메라 기자가 오로지 음악과 화면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꼭지가 있습니다.

얼마 전 이 영상뉴스에서 한 시각장애인 사진작가가 소개됐는데요, 짧은 영상에는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륭 기자가 영상 취재파일인 영상 토크에 남겼습니다.

[윤성미/시각장애인 사진작가 :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되게 자유롭고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시각장애인이란 걸 잠시 잠 깐 잊게 돼요.]

윤성미 씨는 다리의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 지체 장애뿐 아니라 시각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본다는 것에 대한 감각을 채 깨우치기도 전인 세 살 때 실명하는 바람에 평생 빛조차 느끼지 못하며 살았는데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희망을 촬영합니다.

현재 펼쳐지고 있는 대상이나 상황을 다른 누군가가 묘사해주면 그녀가 본인 의도에 맞게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는 겁니다.

이때 시각은 사용할 수 없지만, 대신 코로 꽃의 향기를 맡기도 하고 손으로 새의 움직임을 느끼기도 하고, 또 귀로 신혼부부의 즐거운 속삭임을 듣기도 하는 등 후각, 청각, 촉각을 모두 활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찍은 촬영물을 누가 봐주고 손바닥에 그려주면 그녀는 머릿속으로 사진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엔 각도를 바꿔 다시 촬영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사진 한장 한장에 일반인들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찍은 사진을 정작 본인은 보지 못하는 점이 전혀 억울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사진을 보고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인데, 각자의 감상을 말해주는 걸 듣는 게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윤 씨는 태어나서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어머니도 렌즈에 담았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카메라를 만지다가 손까지 다칠까 봐 처음엔 반대했지만, 방 안에만 갇혀 지내던 딸이 사진을 접한 이후 활동적으로 변해가는 걸 보며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하는데요, 올겨울 전시회를 앞두고 있는 윤 씨는 먼 훗날 시력을 되찾는 수술을 받게 된다면 작품들뿐 아니라 어머니를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 [영상토크] 시각장애 사진가의 '사진 찍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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