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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백제 고분로'…길 찾기 힘든 새 주소

<앵커>

제가 지금 서 있는 곳은 '백제고분로 7길'입니다. 하지만 제 앞을 가로지르는 이 길과 저 뒤로 지나가는 길의 이름 역시 '백제고분로 7길'입니다. 지난해 정부가 도로명 주소를 도입하면서 내세운 최대 장점은 낯선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구간이 너무 넓어 그 취지가 무색한 상황입니다.

생생 리포트, 류란 기자입니다.

<기자>

도로명 주소를 이용해 송파구의 한 상점을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동 방향과 도착점까지 거리 정보를 알려줄 기준점을 찾는 일부터 난항입니다.

양 방향 도로와 교차로까지, 가로 세로 방향 200m 구간에 나타난 11개 도로의 이름이 모두 같기 때문입니다.

[김선일/부경대 교수 : 이게 7길(원래 길)인데 이걸 기준으로 옆으로 파생되는 도로에 대해서도 종속구간(같은 도로명)으로 처리했다는 거죠, 이렇게 양쪽으로.]

어딜 가나 같은 이름이다 보니 현재 위치, 그리고 가까운 진입로를 찾는 것이 어려워 이 지역 주민 대부분은  예전 지번 주소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익수/치킨가게 운영 : 골목마다 그러니까, 어디 찾아갈 몇 번 몇 번 골목이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찾기가 어려워요.]

정부는 도로명 주소의 원리만 알면 낯선 길도 금세 찾아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근처 도로 여러 구간을 한 묶음으로 처리해 같은 이름을 붙여놓은 경우가 전국적으로 4만 Km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행정자치부 담당 직원 : (도로명) 부여를 다 하게 되면 숫자가 너무나 많은 거예요. 도로 사정에 따라서 그걸 종속 구간 처리할지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지 (결정) 해야 하거든요.]

골목길이 많은 주택가는 물론, 농어촌 지역에선 아예 마을 전체가 하나의 도로명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윤영석/새누리당 의원, 국회 안전행정위 : 도로명 주소가 부여되지 못한 도로가 전국적으로 약 4만 킬로미터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도로명 주소로서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 아주 어려움이 많습니다.]

위치 찾기가 좀 더 쉬워지려면 묶음으로 처리된 도로 구간을 합리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장운석·이용한, 영상편집 : 이승희, CG : 강일구, 자문 : 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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