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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거대하게 자신있게…中, IT분야도 '규모의 경제'

한중 언론 교류 참관기③

[취재파일] 거대하게 자신있게…中, IT분야도 '규모의 경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으로 한국 기자단이 방문한 곳은 베이징과 선양, 다롄입니다. 상하이, 광저우처럼 화려하거나 시안, 청두처럼 멋스러운 도시들은 아니었지만, 일정이 거듭될수록 '살가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다롄만 해도 서울의 20배 크기이긴 하지만) 베이징에서 선양, 다시 다롄으로 갈수록 도시 규모가 작아지고,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가까워지고, 역사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겪은 도시여서 그랬던 듯 싶습니다.

선양은 일제가 중국 침탈을 본격화하기 위해 민주사변을 일으킨 곳이고, 다롄은 러일 전쟁의 격전지였습니다. 기자단을 맞이하는 현지 손길에서도 '조금이라도 이 곳의 진면을 더 보여줘야 겠다'는 순박함이 읽혔습니다. G2로 급부상한 데 따른 중국의 부지불식간 '거만함' 이면의 순수한 속살을 보는 듯했습니다.

신화통신사 담당자는 "베이징에 이어 선양, 다롄을 방문지로 택한 이유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중국 동북 지역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하면서 동북 3성, 즉 헤이룽장(黑龍江), 랴오닝(遼寧), 지린(吉林)을 주요 거점에 포함시켰습니다.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로, 선양과 다롄은 '일대일로'의 출발점격인 셈입니다.

● 中 동북 지역, 'ICT 거점' 탈바꿈 시도
▲ 선양국제소프트웨어파크. 70만㎡ 부지에 480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선양은 2011년 중국 정부로부터 공업화·정보화 시범 지구로 선정됐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ICT 시범 지구'라 할 수 있습니다. 선양은 중공업이 절정에 달했던 1970년대 톈진, 상하이와 함께 중국의 3대 공업 도시로 불리기도 했지만 중공업이 쇠퇴하면서 선양도 영광을 뒤로해야 했습니다. 그런 선양이 지금은 ICT 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양에서도 신흥구인 훈난(渾南)구에는 선양국제소프트웨어파크(瀋陽國際軟件園, Shenyang International Software Park)가 들어섰습니다. 70만㎡ 부지에 480개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곳으로 출근하는 직원만 1만 7천 명, 중국 동북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한국의 LG, SK를 포함해 필립스, 델, 혼다, 포드, 지멘스, 알리바바, 중국이동통신 등 세계 500대 기업 중 35개 기업의 연구소와 지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판교테크노밸리는 66만㎡ 부지에 1천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 중국의 최대 로봇 생산회사인 신숭(新松). 산업 로봇과 특수 목적 로봇 등 70여 종의 로봇을 생산하는데, 한국의 삼성, LG에도 운반 로봇을 공급한다고 한다.

선양국제소프트웨어파크유한공사 장싱펑(張勝鵬) 비서실장은 선양이 다시 부상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첫째는 지리적 요건. 선양은 중국 동북 지역의 경제 중심이며, 소프트웨어파크에서 공항까지는 자동차로 15분, 선양남역까지는 8분이 소요됩니다. 

둘째는 공업화 기반으로, 앞서 언급한 대로 선양은 오랜 공업화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공업이 세분화, 전문화돼 있고, 여기에 정보화를 융합하면 발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적 자원입니다. 중국 동북 지역에서 선양의 인건비가 싼 편은 아니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중국의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면 고급 인력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유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동북대 등 중국 동북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 빅데이터 처리 업체 NEUNN(東網科技有限公司). 중국 동북대와 선양시 시정부가 공동 투자해 설립했다.

기술적 자신감도 묻어났습니다. 선양의 빅데이터 처리 업체 NEUNN의 제프리 리(李劍非) 행정관리부장은 "우리 회사 기술팀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인정받는다"며 "한국의 모 기관이 기술로 지분 참여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실제 이곳에 와서 기술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하고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 엄청난 물적·인적 토대…IT분야도 '규모의 경제'

분명 IT분야에서만큼은 아직까지 한국이 앞선 것 같아 보입니다. 유무선 통신망의 전송 속도를 비롯한 IT 인프라만 봐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위협적인 것은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엄청난 물적, 인적 토대였습니다.  
▲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노이소프트(Neusoft)의 다롄 지사. 유럽의 성(城)을 모티브로 해서 실제 유럽 건축 설계사를 불러 설계했다고 한다. 부지만 50만㎡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다롄에 지사를 두고 있는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인 노이소프트(Neusoft)는 의료기기에서부터, 컴퓨터 등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차량 GPS,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대중교통 결제시스템에 이르기까지 IT분야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잡식 공룡을 보는 듯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 집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집단에서도 계열사별로 주력 분야를 나누는 게 보통입니다. 이렇게 한 회사가 전방위적으로 도맡는 경우는 드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거대한 회사가 대학교의 한 교실에서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중국은 IT분야에서까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정부가 주도하면 그만큼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흐름은 기업의 '전문화'입니다. 특히 기술력이 생명인 IT분야의 경우, 세분화된 특정 분야의 전문 기업을 육성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한 기업에 몰아주다보면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방중 기간 동안 중국 증시의 폭락이 거듭됐습니다. 이제는 중국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 관료와 기자들의 답은 대체로 일치했습니다.

지금은 중국 경제의 전환기일 뿐이라며 머지않아 안정적 발전 단계로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방 경제의 시각으로 중국 경제를 바라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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