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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中 미사일에 일일이 적힌 이름…친절을 가장한 위협

중국인들이 평소 친절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요, 지난주 열병식에서는 아주 친절하게도 최신예 전략 무기들에 하나하나 이름표를 달아 공개했습니다.

열병식을 하는 다른 여러 나라들처럼 그냥 고유 번호나 붙여서 주변국들에게 각자 알아보라고 숙제를 던져주면 그만인데, 중국은 어떤 의도로 이렇게 친절을 베풀었을까요? 김태훈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둥펑 시리즈 탄도 미사일의 각 동체에는 이니셜 DF가 일일이 찍혀 있었습니다. 또 중국판 패트리엇 미사일인 훙치에는 HQ가, 초음속 대함 미사일 잉지에는 YJ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전차나 자주포 같은 재래식 무기에는 이름을 써놓지 않았지만, 미사일에만 명칭을 보란 듯이 빠짐없이 표시했는데요, 자국민들에겐 별 의미가 없는 이런 영어 약자는 철저히 대외 홍보용으로 해석됩니다.

친절을 가장한 위협으로 마치 주변국들에게 인민해방군의 가공할 화력을 한 번 보라고 웅변하듯 대놓고 무력 시위를 한 겁니다.

가장 위력적인 무기인 최신형 대륙 간 탄도 미사일 둥펑 41과 둥펑 31B, 그리고 스텔스 전투기 젠20과 젠31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굳이 아직 개발 중인 신무기들을 보여주지 않고도 중국이 화력을 충분히 자랑할 수 있었다고 군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군사 굴기를 외치는 중국은 그동안 무섭게 내실을 키워 왔습니다.

미국과의 격차는 여전해 보였지만, 그래도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임을 이번에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 [취재파일] 中 열병식, '미사일 이름' 전면 공개…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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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에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질서를 과시한 중국이지만, 평소엔 이런 무질서함으로 더 유명합니다.

도로에서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사고 날 것 같은 차량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중동에도 만만치 않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에겐 낯선 땅인 이집트에서도 웬만한 건 웃고 지나칠 정도로 황당한 장면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고 합니다. 현지에서 정규진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정 기자가 직접 카이로 시내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택시에 빈자리가 없어서 한 남성이 트렁크에 타고 있는데요, 자세가 어쩜 이렇게 편해 보일까요?

보통은 트렁크 문을 열고 두 사람이 사이좋게 걸터앉아 가는데 공간을 혼자 독차지해서 이렇게도 여유로운가 봅니다.

이집트는 교통에 있어서 만큼은 자율성을 중시하는지, 신호등도 차선도 횡단보도도 없고 경찰 단속이나 적발도 드문데요,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으로 마주 보며 달려오는 차가 비키라며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릴 때의 당황스러움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합니다.

가끔 길이 막히면 그냥 사막길로 내달리기도 하고 승차 인원 같은 개념도 당연히 없습니다.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뒤집힌 과적 차량을 지나가다 한 번도 못 봤다면 이집트 구경을 제대로 못 한 거나 다름없을 정도랍니다.

물에 맨발을 담근 채 전기 설비를 하고, 곡예를 하듯 거꾸로 매달려 실외기를 고치는가 하면, 건물이고 길이고 일단은 만들어 놓고 보는 습관 때문에 보도블록이 맨홀을 가로지르고, 벽에 전선을 빼기 위한 구멍이 뚫려 있거나 전선줄이 치렁치렁 매달려있는 게 예사라는데요, 집에 가스통을 교체해주러 온 아저씨가 가스가 새는지 검사해주겠다며 밸브에 라이터 불을 켜서 갖다 대는 바람에 기겁했던 기억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너무 불안하고 위험할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이집트인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규칙과 관용의 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찌 보면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게 어마어마한 크기의 피라미드를 쌓아올릴 생각을 한 긍정적인 조상들을 둔 덕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인들을 이야기할 때, 소위 대륙의 마인드라고 하듯이 이집트인들에겐 일종의 피라미드의 마인드가 있나 봅니다.


▶ [월드리포트] '이집트니까 볼 수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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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집트의 북쪽에 있는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2천600여 명의 난민이 숨졌고, 앞으로 이 비극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우리나라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해도 되는 걸까요? 김인기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마흐무드 카바/시리아 난민 : 조국 시리아의 전쟁은 굉장히 심각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터키에서 그리스로 바다를 건너오는 여정은 너무나도 힘들었어요.]

난민 문제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UN 난민기구는 전 세계 선진국 44개국을 난민 수용 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이 유럽 국가들이고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들어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천여 명이 난민 신청을 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85%나 급증해서 장기적으로 증가 추세가 이어질 거란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데요, 이 가운데는 시리아 출신 난민도 650명에 육박해 한국도 난민들의 행선지에서 결코 벗어나 있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UN 난민기구도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법무부 통계를 보니 우리가 난민을 인정하는 데에는 다소 인색한 모양입니다.

1994년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1만 2천208명이 난민 신청을 했지만, 이 가운데 인정된 경우는 522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유럽이 심각한 고민에 빠진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서 난민을 받아들이자고 설득하고 있고 미국도 난민을 받으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제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를 분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인류애의 차원에서도 난민 사태 해결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지만,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는 자칫 돈만 벌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 [칼럼] 난민 사태, 우리는 방관만 하고 있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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