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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TM기 통째로 훔쳐 여름 휴가 떠난 20대 '꽃남 4인조'

유흥비 마련 위해 현금인출기 통째로 절도한 '호스트바'

지난 22일 새벽, 불이 꺼진 시흥의 한 편의점 주변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 두 명이 기웃거립니다. 보는 눈이 없자 두 남성은 노루발장도리, 일명 '빠루'로 문을 따고 순식간에 편의점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들이 낑낑대며 편의점에서 통째로 훔쳐 나온 건 현금인출기였습니다.
● 작전 1. 멤버 모집

대전에서 일명 '호스트바', 남성 종업원으로 활약하던 28살 장 모 씨는 동생들과 함께 끝내주는 여름 휴가를 기획했습니다. '영화처럼 '한탕' 거하게 하고 그 돈으로 동해 바다에서 환상적인 여름 휴가를 보낸다!' 큰 키에 잘 생긴 외모로 술집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그는 월 200만 원 정도에 '불과' 한 수입이 올여름 휴가를 화끈하게 보내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각종 절도 전과가 있던 그는 새벽에는 운영하지 않는 편의점을 털기로 마음먹고 일을 하며 알게 된 27살 박 모 씨를 공범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키가 190에 가까운 훤칠한 거구의 두 사람은 평소 단련한 근육을 범행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편의점 현금 인출기가 그 대상이었습니다. 언제나 카드만 넣으면 돈을 툭툭 뱉어내는 편리한 기계가 그들 눈에는 화수분으로 보였나 봅니다.
● 작전 2. 실행 
 
인터넷으로 대포차를 구매한 일당은 일단 시흥에서 한차례 범행했습니다. 160kg이 넘는 현금인출기는 생각보다 무거워서 차에 싣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평소 다듬어 둔 근육들이 힘을 써줬습니다.

이들은 현금인출기를 통째로 차에 싣고는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이들은 시화공단 공사 현장 앞에서 현금인출기를 뜯어 돈을 챙기고는 그대로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일당은 멤버를 충원합니다. 95년생, 94년생 어린 동생들까지 부른 겁니다. 5일이 지난 27일, 이번엔 안산에 있는 한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망을 보고, 침입한 뒤, 순식간에 현금인출기를 차에 옮겨 싣고는 달아났습니다. 5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 작전 3. 도주 

ATM 기계 속에 든 현금은 각각 360만 원과 60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그들이 부수고 버린 기곗값은 각각 7백에서 8백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손에 쥔 돈다발은 여름 휴가를 떠나기 충분한 돈이었습니다. 그들은 범행에 쓴 차도 버리고 동해로 향했습니다. 강릉에서 이들은 3~4일 만에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탕진했습니다. 

● 작전 1'. 검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이동할 땐 자신들의 휴대전화도 쓰지 않고, 대포차를 살 때도 철저히 공중전화만 사용했을 정도로 이들은 철저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CCTV 분석과 통신수사로 이들의 위치와 신원을 특정했습니다.

경찰은 첫 범행이 일어난 지 9일 만에 여름 휴가를 마치고 서울 방향으로 돌아오는 일당을 원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단순 가담한 막내를 제외하고 주범 장 씨 등 3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들의 여름 휴가는 범죄물로 시작해 형사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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