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문가 "북한 잠수함 전력 개선 소기 성과"

북한이 최근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을 통해 긴장을 높이는 과정에서 잠수함을 동원한 점은 북한에서 그동안 추진했던 잠수함 전력 개선에 성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스 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강연회를 통해 북한에서 잠수함 전력 증강을 위해 행했던 "그동안의 훈련과 유지 보수 노력이 실제로 분명한 성과를 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도발을 계기로 준전시상태를 선포했을 때 북한은 특수전 요원과 공기부양정은 물론 잠수함도 기지를 벗어나 이동했고, 특히 이때 이동한 잠수함 수는 전체의 70%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버뮤데스 연구원은 북한이 "위기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그를 통해 그들(북한)이 계획했던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잠수함 전력을 이동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빠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잠수함 전력을 밀어내는(flush) 능력을 보인 점은 일종의 전력 과시"라고 말했습니다.

이 일을 "남측에 보내는 정치적 신호"라고 해석한 버뮤데스 연구원은 북한의 잠수함 이동이 "유사시에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잠수함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북한 정보당국에 매우 좋은 개념을 제공했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나아가 버뮤데스 연구원은 북한이 잠수함을 이동함으로써 '적을 선동한 다음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일종의 병법에 따라 행동했다는 견해도 보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연구원도 북한의 최근 도발이 철저하게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이뤄졌다고 풀이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북한은 만화 주인공이 하는 것처럼 절벽에 문을 그려넣고 상황이 나빠지면 그 문으로 들어가는 식의 행동을 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도발에 대해서도 그는 "(북한이) 유사한 형태로 사태를 진행시킨 것 같다"며, 도발 이후에 "긴장을 늦추는 방법을 찾아내고 긴장 상황을 해소한 다음 남쪽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려 한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토론회에 나선 두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도발 자체가 어떤 큰 구상에 따라 이뤄졌다기보다는 우발적인 성격이었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무부 등에서 북한 업무를 담당했던 칼린 연구원은 이번 북한의 도발이 "큰 계획에 따라서 이뤄졌다기보다는 (북한) 스스로가 (이번 도발을) 대화의 기회로 잡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도발 과정에서 무력 충돌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버뮤데스 연구원은 "그들(북한)은 자신들이 한국이나 미국의 약점이라고 믿는 부분에 대해 대응하려는 기술을 가지려 하고 있고, 그래서 그들은 사이버공격이나 특수부대 또는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