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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랑을 지키려"…임신한 10대 연인 '야반도주'

10대 청소년 4명 차 훔쳐 가출…추격전 끝 검거

지난 19일 저녁 6시 반쯤, 경기도의 한 도로에서 한 SUV 차량을 경찰차가 뒤쫓고 있었습니다. 

"0000, 차 세우세요."

짐짓 모르는척 한참을 더 주행하던 차량은 경찰을 뿌리치기 위해 냅다 내빼기 시작했습니다.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편도 1∼2차로인 좁은 길에서 차선을 넘나들며 곡예 운전을 벌였습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도주하던 차는 결국 좌회전 하던 승용차와 사고까지 냈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약 15km를 달아나던 차는 정체된 구간에서 더 이상 달아날 수 없게 됐습니다. 차에 탄 사람들은 차를 버리고 뿔뿔이 달아났습니다. 이들은 모두 10대 청소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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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17살 A양은 동갑내기 B군과 교제하고 있었습니다. 이 커플은 넘지 않았으면 좋았을 선을 너무 빨리 넘어버렸습니다. 부모님들을 A양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아이들에게 가혹한 결정을 요구합니다. 낙태와 결별이었습니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이들은 가출을 결심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살림을 차리고 살아갈 생각을 한 겁니다.

지난 17일 새벽 3시, A양은 할머니 지인의 옷에서 차 키를 훔쳤습니다. 그리고는 B군과 함께 차를 훔쳐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이들의 야반도주가 시작됐습니다. 

첫날밤을 차에서 보낸 이들은 친구인 C군의 집에 찾아가 또 하루를 보냈습니다. C군은 여자친구인 15살 D양과 함께 의리 반 재미 반으로 이들의 도주에 합류했습니다. C군은 사랑의 도피를 하는 친구들을 위해 훔친 차의 운전대를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모인 10대들은 경기도 일대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 세상을 너무 허술하게 생각했습니다. 도난 신고된 차를 타고 도로를 활보하고 다니니 걸리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여주시 하동 하동교를 지나는 순간, CCTV에 차 번호가 찍히면서 경찰에 '도난차량 경보'가 전달돼 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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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흩어진 이들의 검거를 도운건 시민들이었습니다. 한 운전자는 반대편에서 차로 길을 막아 도주를 막았습니다. 경찰이 쫓는 것을 보고 인도로 달아나지 못하도록 자전거까지 넘어뜨리며 이들을 막아선 시민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붙잡아 검찰에 넘기고 검거를 도운 시민들에게는 감사장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사랑을 지키고 아이도 키우겠다며 집까지 등지는 결단을 한 아이들의 책임감이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또 한편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덕에, 이 아이들도 범죄를 저지르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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