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 '비밀 땅굴'…석유 훔친 기막힌 수법

<앵커>

주유소에서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서 연결한 뒤에 무려 80억 원대의 기름을 훔쳐 온 사람들이 붙잡혔습니다. 여러 곳에서 주유소를 빌려서 영업도 하며 기름을 훔쳤는데, 땅굴의 길이가 50미터나 되는 곳도 있었습니다.

정혜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주유소 숙직실에 있는 옷장 문을 열었더니 바닥이 뻥 뚫려 있습니다.

바닥을 따라 내려가니 고무호스와 파이프가 뒤엉켜 있는 땅굴이 나옵니다.

48살 박 모 씨 일당 20명이 주유소를 빌려 영업하며 송유관 쪽으로 낸 땅굴입니다.

피의자들은 고압 송유관이 묻힌 곳으로부터 10미터 정도 떨어진 이 창고를 보일러실로 위장해 지하에 땅굴을 파고 기름을 빼돌렸습니다.

이들은 전국 7곳에서 땅굴을 팠는데, 길이가 50미터나 되는 곳도 있었습니다.

[피의자 : 삽과 곡괭이 그리고 해머드릴을 이용해서, (땅굴 파는 데) 약 한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석유를 빼돌리면 송유관 압력이 낮아져 적발될 것을 우려해 이들은 적은 양의 석유를 자주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주유소나 도매업체에 팔 때는 헐값이 아니라 제값을 받아 의심을 피했습니다.

1년 동안 이렇게 빼낸 석유가 450만 리터, 시가 81억 원어치나 됩니다.

경찰이 수색에 나섰을 때 현금 3억 원과 1킬로그램짜리 금괴 11개가 압수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일당인 김 모 씨 등 9명은 주차장 터에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한 뒤 땅굴을 뚫어 송유관 석유 2억 원어치를 훔쳐오다 적발됐습니다.

(영상취재 : 김명구, 영상편집 : 김종우, 화면제공 : 경기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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