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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또 어린이집 '아동 학대'…끊이지 않은 악순환의 고리

2015년 8월 11일.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딸의 어린이집 전 담임선생님이 가게로 찾아왔습니다. 아무 연락도 없었던 갑작스런 방문이었습니다. 전 담임선생님은 지난 7월 3일 어린이집을 그만 둔 상태였습니다. 딸의 어린이집 전 담임선생님은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진 한 장과 함께...
딸의 전 담임선생님이 건넨 사진입니다. 딸이 이불에 싸여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목격담이 이어졌습니다. 심장이 쿵쾅 거렸습니다. 사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습니다.

2015년 6월 30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습니다. 운영하는 가게는 상대적으로 오전에는 한가하지만, 점심시간 이후부터 바빠집니다. 따라서 최대한 오전에는 딸을 직접 돌보다 오전 12시쯤 딸을 어린이집을 보냈습니다. 그날도 딸이 어린이집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2시쯤이었습니다.

딸이 어린이집에 도착한 오전 12시는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잘 준비를 하는 시간입니다. 당시 딸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은 딸이 도착하자 그 시각에 점심을 차려 점심을 먹였습니다. 딸은 밥을 천천히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날도 딸은 밥을 천천히 먹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 까지 기다려 주지 않고 밥을 그만 먹였습니다. 그리고 딸을 바로 재웠습니다.

그런데, 재울 당시 딸의 입안에는 음식물이 그대로 있는 상태였습니다. 딸은 자다가 입에 있던 음식물을 이불에 뱉었습니다. 그날 오후 2시 50분쯤, 담임선생님은 딸이 이불에 뱉은 음식물을 다시 딸에게 2~3회 강제로 먹였습니다. 딸이 거부하자 강제로 물까지 먹였습니다. 결국 딸은 구토를 했습니다. 구토물은 담임선생님의 옷에 묻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오후 6시에 어린이집 통학 차량을 운전해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 줘야 하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딸을 이불로 돌돌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올라가 딸을 제압했습니다. 제 딸은 올해 3살입니다.

* 이상은 피해 아동의 부모와 목격자의 경찰 조사 진술을 바탕으로 피해 아동부모 입장에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관할 경찰서에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증거라고는 사진 한 장이 전부였습니다. CCTV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담임교사,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경찰 수사는 전 담임교사의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도  결국 경찰 조사에서 자백했습니다. 음식물을 강제로 먹이고 음식물을 거부하자 강제로 물을 먹이고 이불로 감싼 행위를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아동 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어린이집의 대표도 관리소홀 혐의로 함께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은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았습니다. 관할 시청은 처분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는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대표와는 연락이 닿았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대표는 취재팀에게 자신의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일과 경찰 조사 결과를 인정한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자신도 어린이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한 교사의 잘못된 행위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 짧은 순간 3살짜리 아이가 겪었을 공포는 그 아이에게는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도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믿었던 선생님에게 자신의 아이가 학대를 당한 사실에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어린이집 대표도 관리소홀의 책임은 분명히 있지만 또 한 명의 피해자일 수도 있습니다.

대체 그 교사는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요. 원래 이상했던 사람이었을까요. 아님 정말 자질이 없는 보육교사였을까요. 경찰도 가해 교사의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해당 어린이집의 CCTV를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담당했던 수사관은 CCTV속 가해 교사는 아동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CCTV속에는 아이들이 가해교사에게 달려들어 안기고, 아이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 주로 담겨 있었다고 합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 교수는 일상적인 업무 스트레스가 사소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일상적인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시기에 사소한 스트레스가  큰 분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평상시 해왔던 업무가 아닌 상황에서 발생한 요인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자는데 늦게 온 아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하는 상황적인 요인이 존재했습니다. 평상시 근무환경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스트레스가 돌발행동의 원인을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소 근무환경이 이런 아동학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김지현 명지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도 보육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아동학대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김 교수는 선생님 한 명이 너무 많은 아이를 봐야 하는 현실이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소에 업무 스트레스가 너무 과하면 사람이 자신의 컨트롤을 벗어나 버리는 것입니다. 의식화에 놓이지 못하고 피로도가 높은 상태에서 하면 안 되는 행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이 돼서 나오는 겁니다. 그쪽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육아정책연구소 권미경 연구원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영유아 보육법에서는 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아동의 수를 규정해 놨습니다.
이 비율은 OECD국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보육 선진국과의 차이는 보조교사의 유무에 있습니다.  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보육 현장에는 보조교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높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자기 의사 표현이 가능하고 활동성이 큰 3세 이상 아동 보육에서 보육교사의 필요성은 더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3세 이상 보육에서는 우리나라는 보조교사와 같은 보조 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원 인력이 부족합니다. 스웨덴 같은 보육 선진국에 가보면 3~4세반에 정교사가 있고 정교사를 보조하는 교사가 1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3세 이상 반은 한명의 교사가 15명의 아이를 봐야 하는 실정입니다. 영아의 경우 교사와 아동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3세 이상은 보조교사가 없는 상황에서는 교사들에게 부담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명의 교사가 15명의 아동을 돌보다가 아동 한 명이 화장실 실수라도 하면 이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도움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겁니다. 내가 수업을 하더라도 응급상황까지 혼자 다해야 하는 거니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봐도 보조교사가 없다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습니다.”


권 연구원은 실제로 어린이집에 교재나 교구를 마련하거나 보조교사를 채용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누리과정 지원금이 주로 보조교사 채용에 많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근무환경이 나쁘다고 아동학대와 같은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필요합니다. 정부가 보육교사의 자질과 관리 감독을 중심으로 어린이집 아동 학대 문제를 접근해서 보육교사 자질을 높이기 위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국가고시로 전환하고, CCTV설치 의무화 같은 제도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아동 학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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